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대한생명 세일' 문제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대한생명 세일' 문제있다

입력
1999.03.06 00:00
0 0

국내 생명보험시장을 20%나 점유하고 있는 업계 3위의 대한생명을 세계 1위의 미국 메트로폴리탄생명에 매각하는 협상이 진행중이다. 이번 협상은 보험회사를 파는 것이지만, 국내 최고층건물인 대한생명 사옥 63빌딩이 함께 미국회사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상처를 새삼 실감하게 한다.이미 제일·서울은행이 해외에 팔린 마당이어서 해외매각 자체가 주는 충격이나 관심은 크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대한생명의 매각은 은행매각과는 다른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대한생명의 자산실사를 거쳐 자산부족액을 정부의 재정자금으로 메운 후 팔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산실사 작업은 이달 중순께 마무리되지만, 대개 자산 부족액이 2조5,000억원 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부족액만큼 국민세금을 대한생명에 투입하여 부실을 바로잡은 후 해외에 팔게 되는 셈이다. 제일·서울은행도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은행의 경우에는 두 은행외에도 모두 재정자금을 지원받았으나 생명보험의 경우엔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다.

사실 IMF사태 이후 생명보험 회사들도 각각의 규모나 신뢰도에 상관 없이 모두 부실홍역을 치렀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정부가 대형회사중 유독 대한생명에만 세금을 지원, 해외에 판다는 것은 국내 생보사에 대한 역차별이 된다. 아울러 인수 후의 경쟁력 면에서도 부실부담을 여전히 안고 있는 국내업체는 한국정부의 세금으로 부실을 치유한 메트로폴리탄생명과 비교가 안될 것이다.

대한생명에 대한 미 보험사의 관심은 4일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미대사가 직접 금감위를 찾아가 미 업체를 배려해 달라고 요청한데서도 확인된다. 그만큼 말 그대로의 「빅딜」인 것이다. 인수협상에서 특정의 미 업체에 우선권을 주는 것도 문제다. 국내에도 인수희망을 피력한 기업들이 있으므로 국내외를 가리지 말고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에 파는 것이 옳다고 본다. 세금 손실을 최대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외면한다면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금감위는 대한생명의 매각을 시간에 쫓겨 서둘러서는 안 된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협상의 문호도 개방해 금융기관을 또 헐값에 팔아넘기는 우(愚)를 피해야 한다.

이 기회에 이토록 부실이 된 대한생명이 어떻게 해서 지난해까지 보험당국으로부터 「AA」의 우량 경영등급을 줄곧 받아왔는지도 명백히 밝혀야 한다.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