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동방명주(아시아의 진주)로 거듭나기 위해 원대한 청사진을 내놓았다.3일 홍콩정부가 발표한 1999~2000년도 예산안은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 아시아의 용으로 승천하려는 꿈을 담고 있다. 예산안 발표자로 재무장관격인 창얌퀴언(曾蔭權) 재정사(財政司)장관이 나온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경기부양책으로 제시한 디즈니랜드와 사이버포트 건설 프로젝트는 「메머드급」으로 평가된다.
디즈니랜드 건설 비용은 200억홍콩달러(270억달러). 12억 중국인구를 겨냥해 상하이(上海)와 주하이(珠海) 경제특구 등과 유치경쟁을 벌여온 홍콩이 최근 미 월트디즈니사의 최종낙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정부는 6월 디즈니사와 최종 계약을 맺고 2005년 개장을 목표로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디즈니랜드의 건설은 연간 200만명의 관광객 유치와 8만여개의 서비스산업 창출 등 엄청난 부대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홍콩의 텔레그라프만에 7만8,000평 규모로 건설될 사이버 포트는 21세기 정보통신산업의 메카를 목표로 2007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총공사비는 130억홍콩달러(170억달러). 홍콩정부는 재원 조달을 위해 300억홍콩달러에 이르는 대량수송철도공사 지분을 매각하고 단계적으로 민영화할 방침이다. 홍콩정부는 IBM과 휴렛 팩커드, 야후 등 세계적 컴퓨터관련 업체들과 사업착수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홍콩의 이같은 도전에 대해 파이낸셜 타임스는 4일 『홍콩이 전통적인 자유방임 정책에서 벗어나 싱가포르식 경기 부양책으로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홍콩의 과감한 도전은 97년 7월 중국에 이양된 후 내리막길을 걸어온 경제를 살리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97년 5%에 달했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지난해에는 아시아 금융위기 등으로 마이너스 5% 성장으로 떨어졌고 부동산경기도 곤두박질쳤다. 97년 하반기부터는 국제투기자금이 금융권에 대대적인 공세를 펼쳐 1달러=7.8홍콩달러로 고정된 페그제가 위험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개발단계의 정보산업 능력과 높은 부동산 가격 등 인프라 구축의 어려움 때문에 원대한 홍콩개발 프로젝트가 경제성장을 향한 힘찬 엔진으로 작동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더욱이 曾장관이 내년 임기를 만료하는 홍콩의 2인자 천팡안성(陳方安生)행정총리의 자리를 노리고 인기전략을 펴고 있다는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김정곤기자 kimjk@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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