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의 법칙은 꼭 물리학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행태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은 인간의 마음이나 행동이 원래의 모습으로 쉽게 되돌아가 버리는 관성을 지니고 있음을 나타낸 말이다. 출범 1년을 넘긴 김대중정부에 『관성의 법칙을 조심하라』는 고언(苦言)을 하고 싶다. 조직의 관리와 운용, 정책의 결정과 집행 등 여러가지 면에서 마치 늘어난 용수철이 제모습으로 다시 오그라들듯이 출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당장 청와대에 노동복지 수석비서관을 신설, 수석비서관 수를 1명 더 늘린 것도 관성의 탓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10명 안팎이던 임원들을 심지어 서너명으로까지 줄이고, 기회만 닿으면 몸집늘리기에 열중하던 기업들이 계열사 자르기에 나선 이유는 일이 줄었기 때문이 아니다. 정부와 청와대가 앞장서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독려해놓고 정작 자신은 조직을 확대한다면 수긍하기 어렵다.
■정보통신부가 최근 「사이버 코리아 21」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지식기반 국가를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내놨으나 이것 역시 여전히 관성의 법칙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범부처간 협의나 민간의 첨단목소리를 수용할 공청회등이 생략됐다. 정보화의 비중을 옛 저울로 달았다. 그러다 보니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사안이 「특정부처의 계획」으로 전락하고 있다.
■Y2K문제만 하더라도 범정부 차원의 대책본부가 필요하다. 그래야 긴박하게 일이 진행된다. 기존 조직, 기존 틀로만 운용해서는 일상적 타성을 벗기 어렵고, 결국 내년에 밀레니엄 버그의 파괴력에 값비싼 대가를 치를 공산이 크다. 관성대로 일해선 결코 강한 미래를 열 수 없다. 관성의 힘에 의해 한번 종전으로 회귀하기 시작하면 여기저기로 쉽게 번진다. 관성으로부터의 탈출은 그래서 원칙이 중요하다. 또 미래에 대한 통찰 없이는 안 된다. 홍선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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