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 철학과 3학년인 97학번 김태연(金兌姸·20)양은 과(科) 동기생이 한명도 없다. 97학번 과대표도 없고 MT나 학과회의 등 모임도 일체 없다. 학과 단체의 수학여행이나 졸업여행도 갈 수가 없다. 계열별로 입학, 3학년때 전공을 선택하는 학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올해, 철학과를 지망한 학생은 전교생중 김양 혼자이기 때문이다.97학번 총 1,290명중에서 720명이 인문사회과학부로 들어왔지만 모두 인기학과인 영문과 불문과 등 어문계열로 모여들었고, 비인기학과는 소수의 학생만이 손을 들었다. 그나마 철학과는 김양덕택에 고사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다.
김양은 『철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서…』라고 지원동기를 짤막하게 설명했다. 입학당시에는 취직이 비교적 잘되는 영문과를 염두에 두었지만 교양학부를 거치며 철학에 호기심이 갔다. 또 외국어고교를 졸업했기에 굳이 영어를 전공으로 삼고 싶지도 않았다. 졸업후에는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이다.
그러나 김양의 전공 공부에는 어려움이 많다. 학과수업외에 과별로 진행되는 그룹스터디나 세미나 개최 등이 원천적으로 힘들게 됐지만 이보다도 졸업학점 이수가 가장 큰 문제점이다. 과목마다 12명이상이 지원하지 않으면 폐강되기 때문에 철학과 전공과목에 타학과나 타학년에서 최소한 11명이 수강신청을 해 줘야만 한다. 이를위해 철학과 수강 홍보라도 나서야 할 판이다.
대학 전공의 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 도입된 학부제로 김양은 남은 2년간 동기생없이 「지도교수 1명에 학생 1명」이라는 선진국형(?) 학창생활을 보내게 됐다. /염영남기자 ynyeo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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