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총무들은 4일 오후 회담을 끝낸 뒤 모처럼 큰 일을 해냈다는 듯 서로 손을 맞잡고 환히 웃었다. 그러나 간간이 겸연쩍어 하는 표정이 끼어드는 것 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왜 그랬을까.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의 피난처를 마련해 주기 위한 방탄국회를 10일부터 다시 열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3당 총무들은 『서상목의원의 「서」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둘러대기에 바빴다.이렇게 뻔한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국민의 따가운 눈길을 막아보려 한 것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는 난처함을 이기지 못한 듯 『이번 회기에 서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고 뒤늦게 털어놨다. 한나라당측은 『잘 알면서 뭘 그러느냐』고 오히려 핀잔조였다. 무엇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일까. 골칫거리인 서의원 처리문제를 놓고 여야가 다시 정치적 「뒷거래」를 했음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뜻일까. 아니면 「정치권이 하는 일이 으레 그렇고 그러니 이번에도 다시 한번 눈을 질끈 감아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백보를 양보해서 총재회담 개최 등 여야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스스로도 부끄러운 흥정을 감행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총재회담은「법과 원칙」이 일그러진 상처위에 서 있는 셈이 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정치가 법에 우선할 수 있다는 논리는 궤변이다. 법질서를 정치편의에 따라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교적 정치권의 때가 덜 묻은 여야의 소장세력들이 『매사에 이런 식이면 제3의 건국이 필요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자조하는 목소리에 여야지도부는 귀를 기우려야 한다.
/고태성정치부기자 tsgo@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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