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 대대적인 인사바람이 불고 있다.정몽구(鄭夢九)그룹회장이 2일 경영권을 장악한 후 정세영(鄭世永)명예회장의 인맥이 집단 거세되고, MK(정몽구회장의 영문이니셜)라인이 잇따라 「입성」하고 있는 것.
자동차의 경우 「포니정」(정세영명예회장의 애칭)이 자신의 측근으로 주변을 채워왔던 만큼 이번 인사태풍의 반경과 폭은 클 수 밖에 없다. MK와 생사고락을 같이 한 참모들은 MK체제의 「연착륙」을 위해 핵심요직을 속속 접수하고 있는 양상이다.
■떠오르는 MK인맥
MK인맥 전진배치의 대표적인 인물은 MK의 오른팔인 이계안(李啓安) 현대·기아자동차기조실 사장. 그룹에서 가장 빨리 출근(오전 6시20분)하는 이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자동차부문 기조실, 홍보실, 재경본부, 연구개발본부, 전략구매사업부등 핵심요직을 장악했다. MK의 경복고 후배로 뛰어난 언변과 기획력으로 두터운 신임을 얻으며 초고속 승진을 계속해왔다.
전략구매본부장 겸 홍보실장, 지원본부장등의 중책을 맡은 이전갑(李銓甲)기조실 부사장은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지난 해 12월 기아인수 후 현대·기아자동차 기조실부사장을 맡아 MK를 보필해왔다. 3일 후속인사에서 현대와 기아자동차 통합연구개발본부장겸 사장으로 승진한 이충구(李忠九)현대자동차 부사장은 기술과 연구개발을 중시하는 MK가 발탁한 케이스.
MK측은 4일 인사에서도 돈줄을 관리하는 재경본부장에 김원갑(金元甲) 현대산업개발 재경담담 전무를 불러들였다. 김전무는 그룹종합기획실에서 재무통으로 잔뼈가 굵었다.
■ 퇴조하는 포니정 인맥
포니정 인맥들은 MK측과 주총등에서 갈등을 겪다가 퇴진하거나 한직으로 물러났다. 지난 달 26일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던 이방주(李邦柱)사장은 일주일여만에 대표이사 직함을 뗐다. 포니정을 충직하게 보필하며 이번 주총까지 MK인맥의 입성을 견제해 온 김판곤(金判坤)부사장은 한국에이비시스템(기아협력업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호경(金好經)재경본부장도 기획실장으로 전보됐다.
■역린(逆鱗)을 건드린 주총반란
MK와 포니정의 충돌은 지난 달 26일 주총에서 이사진 선임을 둘러싸고 표면화했다. 당시 MK는 이계안사장등 측근들을 집행이사로 선임, 명실상부한 친정체제를 구축하려 했지만 포니정 캠프의 방어로 무산됐다. 당시 주총에서 4명의 이사진 중 MK만 이사로 새로 진입하는데 그쳤다. 이를두고 그룹안팎에서는 「주총반란」이라는 말까지 떠돌았다.
MK측은 기아인수 후 발족한 현대·기아자동차 기조실을 발족시켜 구조조정을 추진했지만 기존 경영진의 반대와 견제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정주영명예회장은 이같은 잡음을 없애기 위해 동생인 포니정을 전격 퇴진시켰다는 후문이다. /이의춘기자 ec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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