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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남나리의 모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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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남나리의 모국어

입력
1999.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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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 날」 하나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는 「차세대 은반 요정」 남나리(13)는 3일밤 고국을 처음으로 방문, 『쇼핑하고 싶어요』라고 또렷한 한국말로 첫 인사를 해 또 한번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카타리나 비트, 미셸 콴의 계보를 이을 차세대 은반 주역으로 꼽히는 남나리의 스케이팅 테크닉은 이미 세계 최정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남나리를 맞은 우리를 더욱 기쁘게 한 것은 부산 사투리가 배어있는 한국말 솜씨였다. 재미동포 2세이긴 하지만 미국 태생인데다 어린 나이를 감안할 때 유창한 한국말 솜씨는 다소 뜻밖이었다.

빙판에서의 강인한 외면이 아버지의 작품이라면 한국의 혼이 숨쉬는 내면의 세계는 어머니의 희생이 바탕이 된 세심함 덕분이었다. 다혈질인 아버지 남외우(40)씨는 어린 나리에게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 토끼뜀뛰기를 하루에 각각 100번씩 시키는등 피겨선수로서 대성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다져주었다.

이에 반해 어머니 남은희(39)씨는 나리를 위해 직장을 포기했다. 매달 2,000달러에 가까운 레슨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맞벌이가 절실했지만 딸의 대성을 위해 매니저로 나섰다.

남은희씨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학교에 가는 나리를 돌보며 부지런히 한국말을 가르쳤다. 집안에서는 한국말만 쓰게 했고 한국방송을 많이 보게 했다. 『엄마가 한국인의 자긍심과 우리말을 가르쳤다. 글쓰기도 잘 할수 있다』고 나리가 자신있게 말할수 있기까지에는 어머니의 모성애와 희생이 자리매김했다.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찬호나 박세리에 비하면 남나리는 이제 만개를 앞두고 있는 꽃망울일 지 모른다. 그러나 남나리는 벌써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나 「LA 타임스」 등에 대서특필되는 빙판스타다. 2002년 동계올림픽을 앞둔 남나리에게는 기량연마가 우선 과제이다. 하지만 기량향상과 아울러 한국말 솜씨도 더욱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 무리한 욕심만은 아닐 것이다.

여동은기자 deyuh@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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