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의 오랜 노력끝에 「여성」은 천문학자, 항해사, 소방수에 심지어는 상원의원 까지 진출했다. 그러나「여성」은 아직도 남성에 비해 뇌용량이 적은 열등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60, 70년대는 물론 90년대에도 사회생물학자들은 이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하지만 최근들어 여성을 새롭게 평가하는 견해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생리를 여성의 주요한 힘의 상징으로 보는 등 진화론에 대한 도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페미니즘(Feminism)」은 「피메일리즘(Femaleism)」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페미니즘은 지금까지 「성적 차별」은 문화적인 산물로 양육의 관습과 입법화로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반해 피메일리즘은 여자가 남자에 비해 뇌와 신체가 작은 사실을 인정하나 여성이 남성에 비해 뛰어난 부분도 많다는 점을 함께 인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예를 들어 육상 수영 스케이트 등 스포츠 종목에서 여자는 오늘날 십년전의 남자보다 빠른 기록을 내고 있다. 마라톤의 경우, 64년 여자 기록이 남자보다 32% 가량 뒤졌지만, 지금은 그 차이가 4.2%에 불과하며, 다음 세기에는 남자를 따라 잡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생물학적으로도 10년전과 비교하면 남녀의 차이가 거의 사라진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테스토스테론은 남자 호르몬, 에스트로겐은 여성 호르몬으로 분류됐지만 지금은 남녀 모두에게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여자는 남자에 종속되는 존재로 여겨졌지만 세계 곳곳의 고고학 발굴현장에서는 여성이 사냥을 하고 기구를 만들었던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 남녀 역할을 새로 쓰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피메일리스트인 다이엔 헤일은 『우리가 볼 수 있는 남녀의 차이는 결점이나 우열의 표시가 아니다. 여성은 제2의 성이 아니라 분리된 별개의 성일뿐이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의 신체적, 정신적, 생물학적 우월성을 나타내기엔 장애물이 상존하는 게 현실이다. 여자들이 몸매를 위해 어릴 때부터 다이어트를 하고, 가슴을 드러내 놓고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것을 결례로 보는 관습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것들을 깨기 위해 과학자들은 여성의 신체와 진화역사를 연구하고, 일부 여자들은 정당에 참여하며, 몽블랑 정복에 나서고 있다. 이들을 여성이라기보다는 그냥「인간」으로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
정리=권혁범기자 hbkwo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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