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정길(金正吉)정무수석은 4일 내각제 문제에 대해 아주 의미있는 언급을 했다. 바로 『대통령, 총리를 만나보니 올 상반기중 경제안정을 시켜놓고 그후에 내각제를 논의하자고 합의된 게 아닌가하는 감(感)이 들었다』는 내용이었다.감을 전제로 한 발언이었지만 정무수석이 의견을 밝힌만큼, 사실상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전후 맥락상 「상반기 내각제논의 유보」의 확인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또 하나의 의미있는 언급은 『두 분이 (내각제에 대해) 얘기를 하고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김종필(金鍾泌)총리가 『내각제의 내 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부인한 점을 상기하면, 편차가 느껴진다. 이 대목에서 포인트는 자민련 의원들이 3일 국회에서 내각제 총공세를 펼쳤고 김총리도 강한 입장을 밝힌 직후, 김수석이 논의유보를 밝힌 배경과 복선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일단 사실의 교정(矯正)과 고난도 정치게임등 두 가지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자민련 의원들이 「공동여당 철수론」까지 개진하는 등 위험수위를 넘어서는 기미를 보이자, 김수석이 이를 제어하는 차원에서 논의유보론을 꺼냈을 수 있다. 김수석의 말대로 내각제 논의의 큰 가닥이 정리됐다면, 자민련의 공세와 국민회의의 반발이 이어지는 「쟁투의 악순환」은 여권 핵심부로서는 지극히 소모적일 뿐이다. 따라서 김수석의 발언은 완곡하게나마 이면 사실을 밝힘으로써 공동여당의 격한 쟁투를 막자는 충정론으로 볼 수 있다.
이와는 달리, JP를 압박하는 청와대의 게임이라는 시각도 있다. 주로 자민련의 해석으로, 내각제 논의가 김수석의 말처럼 진전되지 않았는데도, 상반기 유보를 기정사실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자민련에서는 『김총리가 청와대 얘기를 곧바로 부인하기 힘들 것이라는 상황을 김수석이 십분 이용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상반기중 내각제논의 유보」의 진위는 DJP만이 밝혀줄 수 있다. 하지만 DJP가 김수석의 발언을 「감(感)」 수준으로만 묶어둔 채 공동여당내 내각제 과열 기류를 진정시키는 선에서 선문답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ankookilbo.co.kr
>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