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가 가파른 하향 커브를 그리며 추락하고 있다.1월중순 이후 거의 매주 1유로당 10센트씩 떨어져 온 유로화 가치는 지난달 24일 마지노선으로 불리던 「1유로=1.10달러」의 벽을 무너뜨린 데 이어, 1일에는 1.09달러선을 하향돌파했다. 유로화는 2일 1.0853달러로 최저치를 경신한뒤 3일 독일 분데스방크의 시장개입설로 잠시 반등했지만 하루만에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말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서 고시한 유로화 환율이 1유로당 1.16675달러였고, 외환시장 첫 데뷔장이었던 1월 4일 1.1844달러까지 상승했던 데 비하면 유로화는 출범후 2개월여만에 8% 이상 떨어진 셈이다. 외환딜러들은 이런 추세라면 단기적으로 1.05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로화 추락의 가장 큰 이유는 「유로화 동맹」에 참여한 11개국의 경제전망이 나쁘기 때문. 지난해 4·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6.1%를 기록한 반면 유로랜드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독일은 _0.4%의 경제성장률에 그쳤다.
실업문제의 해소를 위해 유럽 각국 정부가 유럽중앙은행(ECB)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유로화 하락의 한 요인이다. 현재 미재무부 채권의 수익률은 독일 재무부 채권에 비해 1.3%포인트 높다. ECB의 금리 인하 조치는 이같은 수익률 격차를 더욱 벌려 놔 유로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려는 시장세력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ECB와 유럽 각국 정부도 유로화 하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빔 다이전베르흐 ECB 총재는 『「1유로=1.14달러」이상이면 적정하다』고 밝혔지만, 1.14달러선 붕괴 이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독일의 오스카 라퐁텐 재무장관은 『유로화 하락으로 수출 경쟁력이 높아졌다』며 오히려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로화가 출범 때부터 이상 고평가됐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말 대형 헤지펀드인 롱 텀 캐피탈 매니지먼트(LTCM)의 파산 우려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데다 사상 최초의 통화 통합이 이뤄진 데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유로랜드 11개국의 통화가치를 가중평균한 유로화 환율은 1.05~1.10달러였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근 유로화의 하락은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박정태기자 jtpark@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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