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4일 저녁 한나라당 의원들을 대거 상도동에 불러들였다.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 서청원(徐淸源) 강삼재(姜三載) 김동욱(金東旭) 김찬우(金燦于) 한승수(韓昇洙) 박종웅(朴鍾雄) 김무성(金武星) 정의화(鄭義和) 이윤성(李允盛) 이신범(李信範)의원 등이 참석멤버였다.관심의 핵은 역시 기자회견 강행여부였다. 참석자중 2~3명은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점 등을 들어 기자회견 연기를 건의했다. 기자회견을 계획했다 번복한 부담에 얽매여 무리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였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정에 관해 발언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는만큼 굳이 기자회견을 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전대통령은 그러나 기자회견을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차 못막은 뒤 다만 시기에 대해선 『조금 지켜보자』고 여지를 남겼다. 이어 『여권쪽 사람들과 만날 계획이 없다』며 여전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전대통령은 또 현 정권에 대해 험담에 가까운 비판을 했다. 공동여당의 장래에 대해선 『DJ와 JP는 결국 결별할 것이다. 시간문제다』라고 단언했고, 정당명부제에 관해선 『전혀 민주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실현될 수도 없을 것』이라고 했으며, 어업협정에 대해선 『매국행위나 다름없다. 현 정권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힐난했다.
김전대통령의 기자회견 강행의지 표명에도 불구 이날 만찬은 기자회견 「무기연기」를 위한 수순밟기가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김전대통령은 지난달 8일 기자회견 번복 해프닝 이후 고심의 나날을 보냈다. 과정이야 어찌됐건 결과적으로 모양새가 우스워진데다, 이후 한달 가까이 기자회견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황이 계속됐던 게 사실이다.
이날 만찬은 김전대통령이 계획하고 있는 범민주계 연쇄회동중 첫번째에 해당한다. 김전대통령은 다음주중 김덕룡(金德龍)의원 등 나머지 민주계 인사들도 순차적으로 만날 예정이다. 민주계의 그간 기류를 감안하면 김전대통령이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회견만류쪽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김전대통령이 시기문제에 관해 일정한 「여지」를 남긴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홍희곤기자 hgho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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