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가짜다. 태워버려라』생전 자신과 자신의 그림의 무가치함을 피력하면서 이런 극단적 말까지 서슴지 않았던 비극적 화가 이중섭(1916~56).
그가 다시 부활했다. 세기말 속에서. 갤러리 현대에서 1월 21일부터 시작한 이중섭 특별전 관람객이 3일 현재 6만 7,000명을 넘었다. 화랑측은 전시회가 끝나는 9일까지 7만명이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95년 6만 6,700여명을 모았던 호암미술관 「천경자전」을 뛰어넘는 대기록이다. 미술계는 개인전 사상 최다 관객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인간 이중섭과 그의 그림은 왜, 여전히 우리들 마음 속에 「신화」로 계속 남아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림 자체에 대한 감동도 그렇지만 극적인 그의 삶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중섭은 56년 만40세에 세상을 떠났다. 병원 시체안치실에 무연고자로 등록돼 사흘이나 방치돼 있다 친구들에 의해 발견돼 장례가 치러졌던 그는 죽음만 비극적으로 맞이했던 것은 아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대로 그는 정신장애를 겪었으며, 마지막 1~2년동안엔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이중섭의 정신착란에 대한 정확한 병명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가 입원했던 대구 성가병원 주치의였던 유석진박사의 진술을 토대로 이부영(李符永) 한국융연구소 소장(전 서울대 의대 정신과 교수)은 이중섭이 정신분열증, 그중에서도 우울성 혼미(depressive stupor)를 겪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이중섭 작품 대부분은 그가 정신병을 나타내기 전 남긴 것. 이소장은 비록 이중섭 그림이 자유분방하고 토속적이지만 그 속엔 어려움, 외로움, 그리움 같은 것이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 작품 속의 갈등과 고민이 IMF터널 속에 있는 지금 우리의 고통과 닮았다고 느껴져 이런 열풍을 몰고 왔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자들은 이중섭이 심한 사회불안, 궁핍, 정신적 고통 속에서도 50년대 초반 5~6년간은 정신장애 없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림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일종의 「치유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의 그림은 고통의 씨앗이었음에 분명하지만 한편으론 정신적 위기를 넘기는 결정적 처방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송영주기자 yjso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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