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3일 단행한 청와대 비서실 개편인사의 목적은 국정홍보와 정책조정 역량을 강화하는 데 있다.따라서 이번 인사의 초점은 정책기획수석실의 기능을 보강하고 정치인인 김한길의원을 수석으로 임명한 데 모아진다. 정책기획수석실은 지금까지 주로 경제정책의 조율업무를 분담하는 「제2 경제수석실」역할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이번 개편으로 정책기획수석실은 정책 전반을 기획, 조정하고 대(對)국민 홍보논리를 개발하는 청와대의 「실세」부서로 부상했다.
김대통령은 여러 갈래의 청와대 개편안을 놓고 저울질을 해왔는데, 최근 국민연금 확대실시, 한자병용표기 등으로 정책 혼선과 홍보 부재(不在)문제가 드러나자 이같은 개편안을 확정했다는 후문이다.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이 『경제마인드 보다는 정치감이 있고, 홍보마인드를 갖춘 인물이 정책기획수석에 적격으로 판단됐다』고 말한 것도 이를 두고 한 것이다.
국정홍보 업무는 정부 출범 당시부터 관할권이 모호해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청와대내에서는 정무수석실이 이 기능을 관할해왔으나, 이후 상당부분이 공보수석실로 넘어가 있는 상태다. 청와대는 아직 구체적인 업무 조정안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어, 정책기획수석이 국정홍보 기능을 총괄해 관할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김실장은 2일밤까지 김대통령에게 비서실 개편안을 보고했지만, 「퇴짜」를 맞았고, 후임 정책기획수석 인선도 3일 아침에야 재가가 됐다는 후문이다.
김한길수석의 입성으로 청와대의 수석급 이상에는 정치인 출신이 김중권실장, 김정길(金正吉)정무수석, 박지원(朴智元)공보수석 등 4명으로 늘어났다. 청와대 비서실의「정치력 강화」는 올해 정치문제에 전념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이는 또 청와대 내부에서 권력의 분산 등 역학관계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 때 기획조정비서관을 실장 직속으로 두고 김실장이 정책조율을 직접 관장하는 방안, 민정수석실을 부활해 실장 직속의 사정기능을 분리하는 방안 등이 다각도로 검토된 것도 이런 역학관계 변화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문화교육수석과 복지노동수석을 분리신설한 것은 실업대책과 노사관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김유배(金有培)신임 복지노동수석은 김대통령의 오랜 정책참모로 제2건국 운동에 참여해왔고, 이번에도 김대통령이 직접 점찍어 임명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청와대 비서실 개편으로 김대통령은 개각과 당 개편 등 여권의 새 틀을 짜는 작업의 첫 단추를 푼 셈이다. 김대통령은 정부조직에 대한 경영진단 결과가 나오고 정부안이 확정된 뒤 이달 하순께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유승우기자 swyoo@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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