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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회장 거취] '포니정' 백의종군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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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회장 거취] '포니정' 백의종군 하려나

입력
1999.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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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7시 서울 성북동 정세영(鄭世永) 명예회장 자택. 2일 오후 「왕회장(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에게서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퇴진통보를 받은 그는 잠을 설친 듯 피곤한 모습으로 문을 나섰다.정명예회장은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에게 『나를 도우려거든 묻지 말아달라. 다음에 이야기하자』는 말을 남기고 차에 올랐다. 계동 본사 집무실에 정시출근한 그는 「왕회장」과 30여분간 독대했다. 왕회장실을 나온 뒤에는 울적할 때마다 가곤했던 울산자동차공장 방문 일정마저 취소하고 사무실에 칩거했다.

67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후 32년간 자동차를 키우며, 왕회장과 「현대왕국」을 건설한 「포니 정(정명예회장의 애칭)」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향후 거취와 현대그룹의 후계구도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명예로운 퇴진 유력 포니정은 자동차의 명예회장과 이사회의장직등 모든 직함을 내놓고 백의종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로로서 고문 역할을 하며 자문에 응하는 역할은 계속할 것 같다. 2일 「아버지같은」 형에게서 자동차경영에서 손떼라는 지시를 받은 만큼 자동차가 조카 정몽구(鄭夢九)회장(MK)중심의 친정체제로 운영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좁힐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현대는 당분간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를 축으로 하는 MK와 건설 전자등을 책임질 정몽헌(鄭夢憲)그룹회장(MH)의 2인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포니정에 줄 보상카드 재계는 왕회장이 현대차를 키운 포니정에게 섭섭치 않은 보상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선 기아자동차를 넘겨줄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대관계자는 『정명예회장 부자가 갖고있는 현대자동차 지분(8.3%)을 시가로 환산하면 1,042억원에 달한다』며 별도의 배려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자동차 주식에 자동차부품 계열사를 맡기면 충분한 예우를 해주는 것이라고 그룹측은 보고있다. 또 정명예회장이 현대차와 기아차 분리가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제고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기 때문에 기아를 맡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몽규(鄭夢奎)부회장은 당분간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며 MK를 보필하겠지만 언젠가는 부친과 함께 독립할 것으로 그룹측은 내다보고 있다.

■갈라선 정씨 형제 정명예회장이 자동차와 인연을 맺은 것은 67년12월. 왕회장은 동생을 불러 자동차 사업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고 정명예회장은 형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현대자동차를 세계11위 업체로 키웠다. 76년 최초로 우리나라 독자모델 포니를 개발, 미국에 수출하면서 포니정이란 애칭을 얻었다.

두사람은 친형제이면서도 사업상 동지이자 파트너로 콤비플레이를 전개, 「현대왕국」을 다졌다. 그룹덩치가 커지면서 인영(仁永· 한라그룹명예회장), 순영(順永· 성우그룹회장), 상영(相永·금강고려화학회장)등 형제들이 잇따라 분가했지만 포니정만은 끝까지 형곁을 지키며 자동차 키우기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러나 이들은 자동차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중대한 갈림길에 서고야 말았다. 왕회장은 아들 MK에게 자동차경영권을 물려주기위해 포니정에게 자동차경영에서 손 뗄 것을 종용했다. 한국재벌 특유의 장자상속의 뿌리깊은 전통이 새삼 확인된 셈이다. 자동차경영에 유달리 애착이 강했던 포니정은 형제간 분쟁을 피하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이의춘기자 ec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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