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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세대] 여대생 '이중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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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세대] 여대생 '이중의 설움'

입력
1999.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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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여성 초보운전자가 「초보운전」대신 「밥하고 나왔음」이라는 딱지를 차에 붙이고 다녔다는 우스갯말이 유행했다. 『여자는 집에서 밥이나 하지』식의 사회적 시선에 대한 비꼼이자 자괴이다.상실세대 절반인 여성들은 취업난의 질곡과 여성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이라는 이중의 압박감에 짓눌려 가고 있다. 생존의 정글에서 그나마 「배려」의 형식으로 남아있던 남녀 평등의 이상은 사라진지 오래. 우리의 딸과 누이들은 한발한발씩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탈출구 없는 몸부림. 차라리 「알량한」 도덕관념을 마비시키고 가족·친지들의 눈길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여급 구함. 월수 300만원. 숙식보장」벼룩시장 광고에 눈길을 뺏기다 혹시 누구에게 들킬세라 주위를 둘러본 경험은 결코 극소수의 것만은 아니라는 게 상실세대 여성들의 고백이다.

그나마 영업이나 서비스직종은 간간이 구인신청이 들어오지만 이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손쉬운」일은 아니다. 남들은 쉽게 「3D 기피」를 들먹이며 『아직 배가 덜고팠다』고 말하지만 『굶어 죽더라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게 이들의 항변. S사의 사무용품 영업직으로 취직했다가 올해 초 그만 둔 A여대 경제학과 석사출신 정모(27)씨. 그는 『쥐꼬리만한 기본급에 나머지는 실적수당인데 교통비를 충당하기도 힘겨웠다』며 『모진 마음먹고 취업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정규 일반직 취업은 말할 것도 없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라던 지난해 졸업생의 92%가 병원과 약국 제약회사 등에 취직, IMF무풍지대로 통했던 B여대 약학과의 올해 취업자는 졸업생 36명 중 15명에 그쳤다. 그나마 병원이나 제약회사의 공식채용이 전혀 없어 대부분 선배나 교수들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약국에 비집고 들어간 것. 이 학과 졸업생 김모(23)씨는 『대학 4년동안 남못지않게 성실히 살았다고 자부한다』며 『알량한 자존심이라고 비웃을 지 모르지만 당장 어렵다고 외판일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C여대 취업정보실 관계자는 『올해 졸업생 1,700명중 8.4%인 155명이 인턴직에 취업했고 나머지 정규취업률은 예년보다 30%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취업시즌이 실종됐다지만 그래도 3,4월까지 버텨보자는 생각에 영업직에 묶이는 것을 머뭇거리는 학생들이 많다』며 『예상취업률은 4월이후 영업·서비스직 취업자를 포함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실세대 여학생중 『시집이나 가라』는 속 편한 충고를 거부할 수 있는, 소위 그나마「있는 집안」의 학생들이 선택하는 탈출구는 대학원 진학. D여대의 올해 대학원 진학률은 예년의 13~15%에서 19%선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대학원 진학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스스로 느끼고 있다. 석사학위를 가진다고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올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이 대학 철학과 졸업생 김모(24)씨는 『공부하겠다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친구는 거의 없다』며 『재학 중에라도 경기가 좋아져 일자리가 생기면 언제든지 취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term@hankookilbo.co.kr 이주훈기자 jun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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