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대규모 의병전역 비리를 적발함에 따라 『돈만 있으면 군번을 받은 멀쩡한 현역군인도 중환자로 둔갑시켜 빼낼 수 있다』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 특히 군 스스로 법규와 절차를 무시, 군의관의 판정만으로 의병전역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허술한 병역관리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의병전역을 둘러싼 비리의혹과 민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특히 93년 3,900명, 94년 4,530명, 95년 5,253명이던 의병전역자가 문민정부 말기인 96년 9,169명, 97명 1만256명으로 2배 가까이 급증, 비리 의혹이 증폭하자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이번에 적발된 위법 의병전역자는 신경증과 정신지체로 170명, 방사선필름 임의판독과 척추디스크·안질환 등으로 각각 10명 등 모두 198명이다. 이들 모두 신체에 아무 이상도 없는데 전역판정을 받은 것이다. 신경증의 경우, 「1년이상 치료경력이 확인되고 군복무중 단체생활에 지장이 있을 경우」에만 의병전역이 가능한데도 별다른 치료경력이 없고 대부분 입대 1년이내인 병사를 전역시켰다.
또 정신지체 의병전역 대상자는 지능지수(IQ)테스트와 생활기록부 등 증빙자료를 토대로 지능지수 70이하이어야 하는데 지능지수 73∼111인 사병 4명을 정신지체자로 판정, 전역시킨 것으로 확인돼 금품거래의 가능성이 짙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의병전역 비리가 만연한 이유는 허술한 판정과 전역 절차에 있다는게 군관계자의 진단이다.
우선 의병전역의 기준이 되는 「징병신체검사등 검사규칙」의 규정이 애매모호해 전적으로 군의관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경과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증세를 나타내는 「이상운동증」의 경우, 의병전역이 가능한 등급 5급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증상의 경·중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불명확하다.
또 한 군의관이 진단한 소견을 다른 군의관이 평가하지 않는 의학계의 일반적인 관행도 비리를 부추기고 있다. 군도 의병전역을 시킬 때 대상자를 심사하기 위해 「의무조사위원회」를 열지만 담당 군의관이 의학적 소견을 발표하면 다른 군의관이 아무런 이견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에따라 의무조사위원회가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와함께 군의관들이 의병전역의 근거서류를 모두 파기, 자신의 비리를 은폐하는 등 병원의 자료 관리도 엉망인 것으로 감사에서 드러났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의병전역자에 대한 군의관의 소견서와 자기공명촬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객관적 자료는 5년동안 보관토록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군병원이 이 자료를 보관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의 의병전역 절차로는 군의관만 매수하면 얼마든지 멀쩡한 장병도 의병전역이 가능하다』며 『18개 군병원중 8곳의 표본조사가 이 정도이니 전병원으로 수사가 확대될 경우는 위법 사실은 훨씬 더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가 입대전, 입대후 병역 비리를 뿌리뽑기 위해 개혁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어 의병전역을 둘러싼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질 전망이다. 정덕상기자 jfur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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