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국민회의 김경재(金景梓)의원이 미리 내놓은 대정부 질의서에는 「경제위기상황에서 내각제를 실시해야만 하나」 등 내각제문제에 대한 김종필(金鍾泌)총리의 직답을 구하는 가시돋힌 질문 4개가 담겨있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한화갑(韓和甲)원내총무 등 당지도부는 깜짝 놀랐다. 대정부질문에서 내각제 문제는 언급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고 김의원에게도 그렇게 얘기를 해놓았기 때문. 한총무는 즉시 김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내각제관련 부분을 빼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김정길(金正吉)청와대정무수석도 그 내용을 전해듣고 실색했다고 한다. 김의원은 『참기만 하니 우리가 정당성이 없는 것처럼 비쳐지지 않느냐』고 「역공」을 주장했으나 결국 내각제관련부분을 빼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김의원은 실제 질의에서 『대통령만 혼자 일하고 총리는 국정에 손을 놓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며 김총리를 몰아부친 뒤 『내각제는 자민련의원과 당원들의 열망만으로 어렵다는 것을 총리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는 선에서 말을 닫았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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