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약체팀 베이징 수도강철과의 99여자프로농구 2일 예선 마지막 경기서 예상대로 낙승을 거둔 한빛은행 유수종(52)감독은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며 『지도자생활 25년만에 이렇게 힘든 경기도 다있다』라고 말했다.왜냐? 앞서 벌어진 경기서 우승후보 삼성생명이 국민은행에 패하면서 한빛은행의 결승 진출이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감독은 이날 경기보다는 자신의 표정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면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88년 한빛은행 전신인 상업은행감독에 취임한 이래 처음으로 여자성인농구 정상이 경기내내 그의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그간의 어려움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사상 초유의 IMF시대를 맞아 금융 농구팀들이 연쇄적으로 해체되면서 대표적인 부실은행중 하나였던 상업은행 농구팀의 앞날도 보장은 없었다. 더구나 지난해말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 발표와 1월3일 한빛은행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농구팀은 숨소리조차 내기 어려웠다.
그러나 상업은행 시절부터 직원들이 모금운동을 벌이는 등 남달랐던 애착은 끈끈히 이어져 팀의 존속은 물론 은행측에서 새은행의 홍보를 위해 이번대회 스폰서까지 맡는 등 오히려 더 큰 후원을 받았다.
한빛은행은 이번 대회서 삼성생명에게만 졌을뿐 4승1패의 성적으로 결승에 선착, 84년 전국체전 우승이후 15년만에 정상을 노리게 됐다. 더구나 결승상대인 신세계는 예선서 이긴 바 있어 내심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개막전서 대규모 응원단이 동원돼 「한마음」을 보여줬는데 앞으로 열리는 결승서도 이같은 모습이 재현될 것이다. 유감독은 『상업은행 시절부터 우리는 선수(選手)가 아니라 어려움을 앞장서 이겨 나가는 선수(先手)라고 불렀다』고 말한다.
/장래준기자 raju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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