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방송사의 여론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이 「대통령이 불행하다」고 보았다. 대통령은 정말 불행할까. 그렇지는 않다. 대통령은 행복한 자리는 못되지만 결코 불행한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특히 우리나라 대통령은 「제왕식 권력을 향유한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헌법상 부여받은 권한에 더 보태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최고 권력자에 대해 필요이상의 경외심을 갖는 국민의 정서가 대통령을 군주나 제왕으로 착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아마 대통령을 불행하다고 보는 것 자체도 필요이상의 경외심의 발로일지 모른다. 대통령이 어떤 자리인가를 알고 싶다면 3김씨가 왜 그토록 대통령이 되기를 희구해왔을까 자문해보면 그 답은 금방 나온다. 3김씨중 두 사람은 결국 소원을 풀었고, 나머지 한 사람은 다른 형태의 최고권력자 자리를 꿈꾸고 있다.
■대통령 자리가 외롭고 불편할 수는 있다. 대통령은 일반 사람들처럼 아무때나 자장면 먹고 싶다고 중국음식점에 갈 수도 없고, 울적하다고 카페나 호프집에 갈 수도 없다. 편한 곳에 갇혀서 오히려 불편하게 지내야 한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어떤 전직대통령은 관저에서 경호실장과 10원짜리 내기 퍼팅을 즐겨 했다는 얘기도 있다. 물론 경호인력을 최소한으로 줄여 슬쩍 문밖 출입을 하는 때도 있다.
■대통령은 중요한 결단을 내리기 전후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내가 마지막 결정자이고, 내 뒤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면 외로움이 생길 법도 하다. 어떤 전직대통령은 이때문에 새벽기도를 많이 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외로움이 강조되어서는 안된다. 역사에 책임진다는 자세로 임한다면 외로움 보다는 자긍심이 더 클테니까 말이다. 국민의 정부 대통령은 무료함을 무엇으로 달래는지, 외로움을 느낄 때는 없는지 궁금하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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