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농협과 축협 비리 수사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명재(李明載)대검중수부장은 2일 농·축협에 대한 수사방침을 공식 발표하면서 단기간내 수사력을 집중 투입하여 가능한 한 조기에 수사를 종결하겠다고 밝혔다.통상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와 공식 고발절차를 거쳐 수사에 착수했던 것에 비하면 매우 신속한 대응이다. 이중수부장은 이에 대해 『농·축협 비리가 농민생활과 직결된 문제로서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으로도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농민들의 영농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농협이 방만한 경영과 부실대출로 오히려 농민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어 공직기강 확립과 부정부패 척결 차원에서 철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감사원과 농림부에서 넘겨받은 자료 검토에만 1주일이상 걸리는 등 수사에 최소 2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수사는 농·축협은 물론 수협까지 포괄하고 있지만 중심은 역시 농협이다. 농협의 부조리는 이미 94년 한호선(韓灝鮮)전농협중앙회장 비리사건에서 드러났듯이 매우 광범위하고 구조적이어서 그동안 끊임없이 개혁의 필요성이 지적돼 왔다. 현정부 들어서도 지난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시로 농협 을 개혁하려 했으나 내부반발로 사실상 무산됐다.
따라서 이번 검찰 수사는 농협의 해묵은 비리와 방만한 조직에 일대 메스를 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일단 대검 중수부 1, 2, 3과를 모두 투입해 농협과 축협 비리 전반에 대해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국 1,332개 회원조합은 일선 지검·지청에서 수사하기로 했다. 수협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를 기다려 본 뒤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원철희(元喆喜)전농협중앙회장과 송찬원(宋燦源)전축협중앙회장의 개인비리 혐의를 내사하는 과정에서 농·축협의 구조적인 비리를 상당히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시작부터 정치적으로 해석되는데 대해 내심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야당 일각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농협조직을 길들이려는 것』이라거나 『구조조정의 방편으로 검찰의 칼날을 빌리는 것』이라는 부정적 해석이 나오자 검찰은 또다시 정치논쟁에 휘말리지 않을까 경계하는 눈치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검찰은 농·축협이 진정 농민을 위한 조합이 될 수 있도록 촉매역할을 하는데 그칠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일축했다.
검찰의 수사대상에는 감사원에서 지적한 대출관련 비리를 포함해 농·축협의 전반적인 비리가 망라돼 있다. 농·축산물 유통 등 조합경영상 비리, 조합장 선거와 임직원 채용·승진을 둘러싼 금품수수, 회원조합의 분식결산 등 허위보고, 기타 임직원의 개인비리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또 농림부와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 공무원들이 농·축협 임직원의 비리사실을 묵인하거나 공모했는지, 조합경영 및 대출에 관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도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대출압력에 대한 수사방침을 밝힘에 따라 정치인과 고위관료가 수사선상에 오를지도 관심거리이다. 또한 농협이 한보·진로 등 부실기업에 대출을 해준 시점이 대체로 대기업의 연쇄 도산이 시작된 97년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져 정부의 특혜대출 의혹이 다시 한번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철기자 sc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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