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김선길(金善吉)해양수산부 장관의 사임으로까지 비화한 한일 어업협상과정은 관련부처간 협조 부재 및 협상 상황에 대한 지휘·감독 소홀 등 되돌아봐도 허점 투성이였다.어업협정에 따라 어업조건과 입어절차 등을 논의한 일련의 한일 수산당국자협상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9월25일 어업협정이 타결된 직후인 10월23일. 이 때 양측은 당국자협상의 핵심의제인 어획할당량과 입어조건 등에 대해 처음으로 기본방향을 논의했다. 수산당국자 협상에 앞서 96년부터 어업협정 실무회담이 시작된 만큼 해양부로서는 이 시점에 이미 세부조건에 대해 독자적인 우리측 안을 갖고 있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해양부는 이 때까지 독자적 협상안조차 준비하고 있지 못했다.
때문에 어업조건에 대한 양측간 당국자협상은 지난해 11월7일 3차 협상 당시 일본측이 우리측에 전달한 「일·러협정에 따른 입어절차」를 수정, 보완하는 식으로 이루어졌고, 결과적으로 지나치게 복잡한 절차규정을 낳는 결과로 이어졌다.
어업조건은 협정만큼 비중있는 대외교섭은 아니라도 어민들의 생계가 달려있는 중요한 의제였다. 하지만 독자적 협상안 작성을 위해 대외협상에서 통상적으로 이루어져야할 법제처나 외교통상부와의 공동작업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휘·책임 문제에 대해 해양부 고위당국자들의 직무유기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실무라인의 관련 서류철과 정황에 관한 말들을 종합할 때 「일·러협정에 따른 입어절차」가 입수되기 전까지 해양부 고위당국자 가운데 어느 누구도 협상팀에 우리의 종합적인 안을 수립하도록 지시하거나 결재하지 않았다.
협상이 진행됐던 동안 협상팀간 내용에 관한 인수인계도 제대로 이루어진 흔적이 없다. 예컨대 수산당국자회담의 사령탑이 지난해 12월28일 박규석(朴奎石)차관보로 바뀌었으나 박차관보는 이전의 협상책임자로부터 대게저인망업종에 관한 이견 외에 별다른 문제점을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인철기자 icja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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