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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지나친 외자유치정책 수정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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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지나친 외자유치정책 수정할때

입력
1999.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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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정책 운용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환율과 관련하여 경기부양정책과 구조조정정책 사이에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회복을 도모하고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화환율이 상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에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외국자본을 유치할 필요가 있고 외자가 유입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환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그렇다면 현시점에서 바람직한 환율은 어느 수준인가. 원화환율이 급등했던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환율을 하향안정시키는 것이 경제에 득이 많았다. 원화환율이 워낙 큰 폭으로 상승, 환율변동에 대해 수출은 비탄력적인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에 환율하락은 수출에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반면 외채의 만기연장이 여의치 않아 외채상환이 불가피한 기업들로서는 환율하락이 외채상환부담을 줄이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더욱이 당시로서는 환율하락이 금융시장 안정과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상징적인 의미까지 있었다. 그러나 크게 낮아진 지금의 환율수준에서는 상황이 전과 다르다. 수출이 환율에 충분히 탄력적일만큼 환율이 임계치까지 떨어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환율하락은 곧바로 무역수지흑자를 축소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환율을 현 수준에서 상당기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환율하락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환율하락 압력이 근본적으로 제거되기 위해서는 외화공급이 외화수요를 초과하는 현상이 해소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부정책 기조하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 방향이 「구조조정=외자유치」라는 등식에 의해 설정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해외로부터의 자본유입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한국경제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으로 상향조정되었기 때문에 자본유입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과도한 자본유입에 대한 우려는 몇년전 경험했던 급격한 자본시장 개방과정을 연상케 한다. 당시 자본시장개방이 급격히 이루어짐에 따라 대규모 해외자본이 유입,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환율은 오히려 하락해 경상수지적자를 더욱 확대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했었다. 이와 같은 악순환이 결국 작금의 외환위기로 귀결된 것이다.

물론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이고 있는 지금 상황을 당시와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과도한 자본유입은 필연적으로 경상수지흑자를 축소시킬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경상수지를 적자로 반전시킬 것이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해외자본이 과도하게 유입될 경우 통화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금융시장내에 유동성이 넘치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 해외자본 유입으로 인해 통화공급이 확대된다면 경기회복국면과 맞물려 심각한 물가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제는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되는 외화공급 초과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외화의 수급을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지나친 외자유치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을 위해 외국자본이 필요불가결한 상황이지만 무분별한 외자유치를 지양하고 옥석을 가리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외자유치가 구조조정의 유일한 조건은 아니다. 정책당국은 외자유치에만 기대지 말고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확충이나 부채의 출자전환(debt-equity swap) 등이 용이하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조성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외화수급 상황에 맞춰 외채를 탄력적으로 상환해가는 유연함도 보여야 할 것이다.

외환위기 탈피와 외화유동성 확보라는 과제가 마음에 걸린다면 그것은 이제 외자유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대외채권의 유동성과 건전성을 증진시키는데서 찾는 것이 옳을 것이다. 대외채권의 구조가 건실하기만 하다면 순외채가 200억달러에 불과한 지금의 상황에서 외환위기가 재발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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