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2일 기자회견에서 여야총재회담 수용의사를 밝힘에 따라 대화정국 복원의 템포가 빨라지게 됐다.이총재는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여권이 진정으로 야당을 와해시키려는 의도를 포기하고 경색된 정국을 풀어나가겠다면 언제든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만나 정국전환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총재는 이어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할 뜻이 없다는 김대통령의 발언을 상당히 진전되고 성의있는 표현으로 받아들인다』며 『총장과 총무 등 실무자를 통해 하루빨리 정국경색을 풀어갈 것』이라고 상세히 부연했다.
그렇다면 「하루빨리」는 언제일까. 물리적으로 따지면 주중 총재회담의 개연성은 있다.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실무자간에 조율할 의제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사전준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이번주는 넘길 것 같다. 회견직후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로부터 접촉제의를 받은 이부영(李富榮)총무는 『여당이 정국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면 그때가서 회담에 응하겠다』며 엉덩이를 뺐다. 「정국정상화 방안」은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문제에 관한 여권의 「해법」을 의미한다. 한나라당은 서의원 문제가 총재회담의 의제가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하지만, 이 문제는 기실 가장 중요한 의제다. 이총재가 회견에서 『서의원을 구속하려는 것은 대선자금과 관련해 한나라당에 타격을 주려는 정략적 의도』라고 재차 오금을 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3~4일에는 국회의 대정부질문일정이 잡혀 있다. 한나라당은 각종 풍(風)사건은 물론, 「DJ비자금」문제까지 강도높게 공격할 계획이다. 소속의원들이 국회에서 「투쟁」하고 있는데, 총재가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악수하기는 곤란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우리가 나서서 서두를 이유는 없다』며 『총재회담이 조기성사된다해도 여야간 근본적 인식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완전한 정국정상화까지는 단속(斷續)적 충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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