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총재가 2일 내외신 회견을 통해 국정운영에 관한 소신을 밝혔다. 이번 회견은 특히 김대중대통령이 취임 1년을 맞아 실시한 「국민과의 대화」와 기자회견에 대한 야당총수의 반론권행사라는 점에서 자못 의미가 크다. 민주주의란 집권세력과 대체세력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정치를 이끌어 가는 제도라는 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그래서 야당총수의 회견도 가급적이면 통치권자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국민은 야당의 대안이나 반대의견도 충분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총재회견이 비록 우여곡절 끝에나마 TV 3사등의 생중계속에 진행된 점은 매우 다행스럽다. 앞으로도 이처럼 여야가 상호존중하는 전통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호양(互讓)의 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총재는 이날 상생(相生)의 정치를 제창하면서 「과거와의 화해」를 강조했다. 그는 회견 모두에 김대통령의 외환위기 극복노력을 평가하고 위로의 뜻을 표했다. 지금까지의 대립일변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자세다. 듣기에 따라서는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동안 지긋지긋하게 시달려 온 세풍(稅風), 총풍(銃風)회오리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같은 인상도 주었다. 아쉬웠던 점은 「방탄국회」등에 대한 유감이나 사과표명이 없었다는 점이다.
여권은 이총재 회견을 「건설적」이라고 반기면서 영수회담을 앞당기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처럼 여야관계가 정상화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정치복원을 위해서 국세청을 동원한 불법모금사건등이 정치적 흥정거리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국기를 문란케 한 사건의 처리를 어떻게 「정치」로 봉합할 수 있단 말인가. 유사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관련자에게는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실업자 문제, 국민연금 졸속사태, 부실한 한·일 어업협정등에 대한 이총재의 지적은 너무도 당연했다. 국정운영이 법과 제도에 의해 이뤄지도록 국정의 기본틀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요구도 설득력이 있다. 또 북한이 약속을 안 지킬 때 대비책이 없다는 약점을 지닌 이른바 일괄타결방식에 대해 보완책 마련을 촉구한 점도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우리는 집권 2년차를 맞는 여권에 보다 큰정치를 주문하면서 아울러 야당에도 명분있는 정치, 대안있는 비판을 해 줄 것을 다시한번 당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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