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구매단 18명을 이끌고 1월24일부터 닷새동안 「99서울 수출구매상담회」에 참석했다. 나를 포함, 대부분의 바이어들은 한국방문이 처음이었다. 김포공항에 도착해 논현동의 호텔로 가는 버스안에서 바라본 서울은 생각과 너무 달랐다. 덴마크는 기껏 편도 1~2차선 도로에 5~7층 빌딩이 고작인데 서울은 편도 6차선 도로에 고층빌딩이 우후죽순처럼 솟아 있고 중대형 차량들은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1인당 국민총생산(GNP) 3만4,000달러에 이르는 선진 덴마크에서 출장온 나를 왜소하게 만들 정도였다.97년11월부터 한국은 경제위기로 국내경기가 매우 위축돼 있다고 들었지만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지하철공사, 신축중인 고층빌딩 등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위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이렇게 산업활동이 활발하다면 위기 전에는 어땠을까라며 우리는 한 마디씩 했다. 몇 사람은 한국의 경제위기는 끝났다고까지 말했다.
또 바이어와 동행하여 한국 거래업체의 공장을 방문하던 중 신기한 장면을 목격했다. 한국업체 사장이 운전하던 차가 불법으로 좌회전하다가 교통경찰에게 신호위반 딱지를 떼이게 되었다. 교통경찰이 신호위반에 따른 6만원짜리 딱지를 발부하려 하자 그 사장은 차에서 내려 교통경찰과 5분가량 실랑이를 벌이고 나서 딱지를 받고도 별로 불쾌하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알고보니 6만원짜리가 아니라 4만원짜리 딱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나도 덴마크에서 교통신호위반으로 딱지를 떼인 적이 있지만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거나 경찰로부터 할인받은 적은 없었다. 그랬다가는 오히려 딱지를 하나 더 받는다.
대부분 덴마크 제조업체는 자사가 생산한 제품을 내수시장에 공급하거나 수출할 경우 1업체만을 선정해 판매 또는 수출업무를 전담케 하고 있으나 한국업체들은 이와 반대로 제조업체가 여러 개의 무역업체에게 자사 생산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바이어는 자기가 구매하려는 같은 제품을 다른 가격으로 여러 한국업체들로부터 제시를 받는다. 이 점은 바이어 입장에서 필요한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어 장점이지만 한국업체간에는 과당경쟁을 초래해 수출채산성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제스퍼 코르에르(KOTRA 덴마크 코펜하겐 무역관 현지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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