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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해양부 '왕따부' 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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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해양부 '왕따부' 였나

입력
1999.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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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길(金善吉)해양수산부장관이 한일어업 실무협상 실책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2일 해양수산부 12층 중회의실 기자회견장. 김장관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미 마음을 정리했기 때문인지 다소 상기됐지만 덤덤하려고 애쓰며 회견을 시작했다.김장관은 『우선 이번 일로 국민들께 염려를 드려서 죄송하고 정부에 큰 누를 끼치게돼 송구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일부 당국자와 실무자들의 사표를 반려한 사실을 공개하며 『실수는 인정하지만,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실무자들에게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린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실무자들이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김장관의 말은 옳다. 사실 일련의 취재과정에서 협상 실무자들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밤잠을 자지 않고, 일본과 맞섰다』고 말할 때 기자는 그 말을 믿었다.

누구나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것은 재차 말하지만 진실이다. 그러면 누가 죄를 지은 것이고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문제는 시스템이다. 이번 협상과정에서 해양부는 사실 외로웠다. 협상에 앞서 입어절차 등에 관해 우리측 초안 준비과정을 취재할 때 기자는 한 관계자에게 『협상 초안은 어디서 준비했는가』고 물었다. 그는 『실무과에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다시 물었다. 『그러면 그 중요한 협상 초안을 준비하는데 법제처나 외교통상부 등 여타 부처에서는 협조가 없었는가』. 그는 반문했다. 『우리가 타부처에 그것을 요청할 힘이 있습니까』. 해양부가 정부안에서 왕따 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가 야기된 데에는 지휘와 협조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해양부 고위당국자들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더 큰 문제점은 사람이 누가됐든 일정한 행정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체제가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장인철 경제부기자icja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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