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리」가 개봉돼 화제가 되던 설날. 박중훈(35)은 가장 큰 후원자인 아버지 박일상씨를 여의고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아픈 몸을 추스려 촬영현장에서 밤을 새웠다.비슷한 코미디 연속 출연. 그 중에는 어려울 때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갚음」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는 식상하고 피폐해졌다.
그래서 충무로를 훌쩍 떠나 일본에서 쉬고 1년 만에 돌아온 박중훈. 『풍랑이 심해 잠시 항구에 정박했던 배가 새로 닻을 올리고 항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너그러워졌다. 조급하지도 않다. 그는 분명 달라졌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이후 9년 만에 형사물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다시 만난 이명세 감독이 누구보다 먼저 그것을 간파했다. 「게임의 법칙」의 박중훈이 가지고 있는 느와르적(어둡고 우울한) 액션의 매력. 묵묵하고 과격하고 끈질긴 우형사가 그렇다.
변신이 아니고 변화다. 『캐릭터의 확장』이라고도 했다.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머연기로 코믹한 이미지가 너무 강했을 뿐이다. 그는 아주 사실적인 우형사가 되기 위해 인천 서부경찰서에서 일주일을 먹고 잤다. 말투 걸음걸이 눈빛이 그를 광기어린 형사로 만들었다. 『그렇다고 성룡이 액션을 포기하듯, 박중훈이 유머를 버릴 수는 없다. 다만 과거처럼 과장하지 않는다. 긴 훅만 치던 권투선수가 잽과 조화를 이루듯』
그가 아주 재미있는 표현을 했다. 한석규가 「7전 7승」이라면, 자기는 「30승 25승」, 안성기는 「50전 40승」의 배우라고.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했다. 한때 자기만 바라보고, 기획해 80% 이상 코미디라는 심각한 장르편중현상을 나타냈던 한국영화가 다양성을 찾았고, 이제 박중훈도 자기 역할만 하면 된다. 다음을 생각하고, 배우를 오래하고 싶어 한 번도 최고 개런티는 받지 않았다는 박중훈. 『독식과 최고는 스스로에게 덫을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전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고, 배우로 15년을 보낸 시간이 그를 성숙하게 만든 것일까? 6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이대현 기자 leedh@hankookilbo.co.kr
두번째 할리우드 출연작 `트랙스'
박중훈이 1,000만달러짜리 워너 브러더스가 제작하는 할리우드 영화 「트랙스」의 주연을 맡는다. 박중훈은 지난 달 26일 이 영화 프로듀서인 데이첼 울프로부터 이같은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미 합작인 「아메리칸 드래곤」에 이은 그의 두번째 할리우드 작품. 「플래툰」의 톰 베린저와 공연할 「트랙스」는 서부액션코미디로 박중훈은 동양인 카우보이로 출연한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끝나는대로 구체적인 출연과 촬영일정을 협의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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