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농협 무엇이 문제] 농민표 등에업은 '정치적 공룡'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농협 무엇이 문제] 농민표 등에업은 '정치적 공룡'

입력
1999.03.02 00:00
0 0

농협중앙회가 기업에 대출했다가 떼이게 된 돈이 1조5,000억원에 이르는등 부실경영을 해 오면서도 정부의 감시·감독을 제대로 받지 않았던 것은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농협은 전국적으로 1,249개 회원조합을 두고 있는 세계 최대의 민간조직이다. 지역구 정치인은 선거 때만 되면 서로 먼저 농협조직을 손에 넣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연히 농협조직은 정부도 마음대로 손댈 수 없을 만큼 영향력이 커지게 됐다. 정부가 지난해 5월 농·수·축협에서 금융업무를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지금까지 표류해온 것도 농협의 강력한 반발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림부는 당시 농·수·축협의 신용사업(금융)을 분리 독립시키고, 협동조합 본연의 업무인 농산물 판매·유통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했다. 또 내용이 유사한 기금 및 사업을 연차별로 통폐합하고 자금의 용도에 따라 70여가지로 구분된 지원자금을 통합·운용하는 종합자금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라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농협은 경제사업이 적자이기 때문에 신용사업을 분리하는 것은 농협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정부는 「농협이 자체적인 구조개혁안을 마련하고, 정부가 이를 보완한다」는 방향으로 후퇴했다. 정부가 농협에 완패하고 만 것이다.

농림부 고위관계자는 『농림부가 농협과 관련된 법안을 낼 때면 국회의원들이 농협의 동의를 먼저 받아오라고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실토했다.

농협의 사업영역이나 방향에 문제가 드러나도 정부당국이 수술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해지다 보니 농협조직은 갈수록 관료화·정치조직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농협의 구조적 비리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 싹텄다고 할 수 있다.

농협조직의 공룡화는 농민들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상당수 농민들은 『농협이 농민 출자자금으로 운영되면서도 오히려 농민들의 위에서 군림하고 있으며, 장기저리의 우량자금을 대출할 때마다 일부 「귀족 조합원」들이 먼저 대출받거나 독식하는등 횡포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회장 선출 구조도 농협 개혁에 덜미를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회원조합장들이 직선으로 회장을 선출하다 보니 농협중앙회장은 나라 경제를 거시적으로 보는 차원에서 개혁을 추진하기에 앞서 지역 회원조합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협측은 농협대출 가운데 대기업(30대그룹)대출금의 비중은 2.8%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비농업부문으로의 대출금은 농협 자체적으로도 제대로 산출하지 못할 정도로 방대하다.

/박정규기자 jkpark@hankookilbo.co.kr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