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부터 성폭행 등 뜻밖의 사태로 원치않는 임신을 하게 될 우려가 있는 여성에게 응급피임약을 무상보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국제가족계획연맹에서 응급피임약 「테트라 가이논」(독일 쉐링사 제조) 1만명분을 무상 지원받아 대한가족계획협회 부설 11개 가족보건의원을 통해 보급한다는 것이다.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성폭행 건수는 연간 20만건으로 추정된다. 이 중 5.2%는 원치않는 임신과 출산으로 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성폭행에 따른 미혼모의 증가는 엄청난 사회적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정부가 응급피임약을 보급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응급피임약이란
계획되지 않은 성교나 콘돔이 찢어지는 등 피임 방법이 불확실한 경우, 강간과 같은 강압에 의한 성교에 따른 임신을 방지하기 위해 1회에 한해 응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안전성과 피임효과를 인정했다. 현재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는 테트라 가이논은 합성 여성호르몬과 합성 황체호르몬의 복합제이다. 성교 후 72시간 내에 1회 복용하고, 다시 12시간이 지나 1회 복용하면 약 75%까지 임신을 예방할 수 있다.
■작용원리
성폭행을 당한 직후 응급피임약을 복용하면 강력한 호르몬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나와 배란을 지연·억제시켜 임신을 예방할 수 있다. 정자나 난자의 난관 통과를 방해, 수정을 억제하거나 자궁내막을 변형시켜 착상을 억제하기도 한다.(그림참조) 배란된 난자는 난관의 팽대부에서 정자와 만나 수정되고 난관을 따라 이동, 약 72시간 후 자궁에 도착한다. 자궁에 도달해서도 자궁내막에 착상되려면 약 72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수정란이 자궁내막에 착상되기 전인 성교 후 72시간 내에 사용해야 임신을 막을 수 있다. 이미 착상된 후엔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응급피임약은 이미 임신된 상태에서 유산시키는 것이 아니고 임신이 아예 되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부작용과 금기
주된 부작용은 구토 등이며, 드물지만 두통 유방통 어지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복용 전 임신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심각한 내과질환이 있는 경우엔 사용할 수 없다. 유방암 생식기암 뇌졸중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간질환 신장질환 편두통이 있을 때는 신중히 투여해야 한다.
■복용 후 관리
응급피임약을 복용하면 생리가 평소보다 며칠 빠르거나 늦을 수 있다. 만일 예정일에서 1~2주 경과해도 생리가 없을 때는 반드시 임신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응급피임에 실패해 임신이 됐거나, 임신 중 약을 잘못 복용했더라도 태아에는 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응급피임약이 자궁외임신을 예방하는 것은 아니므로 자궁내 임신뿐 아니라 자궁외임신도 염두에 둬야 한다. 에이즈나 성병을 예방하지는 못한다. 1회에 한해 효과가 있으므로 그 이후엔 즉시 먹는 피임약이나 콘돔 등으로 피임을 계속해야 한다. 또 부작용을 숙지해 의사나 상담자의 철저한 지도·감독아래 사용해야만 오·남용을 방지하고 의학적 사회적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이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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