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가 3·30 재·보선을 앞두고 전략부재의 늪에 빠져 있다. 무엇보다 선거의 성격규정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갈지, 인물대결로 갈지, 아니면 제3의 방향을 택할지를 결정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후보선정작업이 갈팡질팡하는 것은 당연지사.실무진은 2월27일까지 3개 지역(서울 구로을·경기 시흥·경기 안양) 후보를 확정해 달라고 요청했는데도 당지도부는 시간만 죽이고 있다. 후보등록(14일) 이전에 당원연수·지구당 개편대회·전진대회 등을 무리없이 마치려면 지금쯤은 후보가 결정돼있어야 한다는 게 실무진의 불만스런 토로이다.
그러나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조직강화특위의 안(案)대로 하겠다는 것인데, 일견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달리보면 책임회피의 측면이 없지않다. 이총재로선 자신이 나서서 후보를 고를 경우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허나 그럴만한 여력도 없고, 3곳 모두 승산이 낮아 「채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무진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참신하고 유능한 후보를 영입하려는 거당적 노력이 도무지 보이지않는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국정참여 기회가 막혀있는 야당에게 재·보선은 자기존재와 국민지지를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라며 『과거 야당이 재·보선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당지도부는 어차피 힘든 선거라고 지레 포기했는지 전화몇통으로 의사타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지부 선거책임자는 최근 당지도부에 『이런 식이면 3곳 모두 패배가 불가피하다』며 『이번 재·보선에 참패하면 경기와 인천은 물론, 강원지역까지 탈당도미노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는 후문이다. /홍희곤기자 hgho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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