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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정부의 어이없는 어협실수 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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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정부의 어이없는 어협실수 개탄

입력
1999.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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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종결된 한일어업협정 실무협상에서 해양수산부가 우리 어선들의 업종과 어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협상에 임하여, 우리 대형기선저인망 업종의 주력선단인 「쌍끌이선단」 250여척이 일본측 수역 입어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연간 3,000억원의 어획고를 올리는 주력선단이 조업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냉동오징어와 활오징어의 어기를 구분하지 못하고 조업기간을 일본측에 제시하여 활오징어 성어기인 3~6월이 조업기간에서 누락됨으로써 부산 경남지역의 200여척이 입는 손해만해도 줄잡아 연간 2,000억원에 이르리라고한다.이러한 보도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대형기선저인망(쌍끌이)의 경우 작년 11월 조업실태 파악 과정에서 어선명단과 조업수역의 구분을 위해 대형기선저인망 업계에 어선명단과 척수 등을 요청하였으나 어선명단이 없이 6,500톤의 어획량만 제출하여 이번 어업협정 실무협상에서 누락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배 두척이 끄는 쌍끌이 대형기선저인망 업종은 동종의 배 한척이 끄는 「외끌이」 선단 55척이나 대형트롤선단 84척에 비해 그 규모만해도 3~5배에 이르는 주력업종인데도 「어선명단을 제출하지 않아서」 이를 무시해버렸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처사다. 활오징어의 경우에 있어서도 해양수산부는 일본측이 오징어 산란기인 3~4월에 조업을 금지시키고 있으므로 우리가 조업금지기간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5~6월 성어기에 대한 입어는 어째서 누락이 되었는가에 대하여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 권익을 보호해야할 정부가 조업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서도 서류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어민들을 탓하는 것은 현장실사를 외면하고 탁상행정을 일삼는 무사안일주의의 발로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민과 정부사이에 두꺼운 장벽이 있는 것이다. 기업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정부가 걸핏하면 어업협상의 내용이 비밀이라면서 공개하기를 꺼리고 주먹구구식의 탁상공론으로 일을 처리하다가 이러한 사고가 난 것이다.

정부는 신한일어업협정의 협정문안도 공개하지 않다가 12월초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보내면서 비로소 공개했었다. 협정문에 대한 비판을 꺼렸기 때문이다. 신한일 어업협정에 관해 적지않은 문제점이 지적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국회에서는 이를 제대로 토의 한번 못해보고 지난 1월6일 여당단독으로 비준동의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었다. 이에 반해 일본국회에서는 작년 12월11일 여야할 것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바 있다.

신한일어업협정상 독도를 중간수역에 넣는 등 우리에게 불리한 요소들이 적지 않게 지적되었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제주도 남쪽수역에서 일본측이 주장하는 대로 중간선 이원에 대해 우리의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한일 대륙붕공동개발구역 상부수역의 10분의 8을 타당한 이유 없이 일본측에 넘겨준 것이 잘못된 것이며 언젠가는 시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번 대형기선저인망 쌍끌이 선단의 경우에 있어서도 우리 정부가 일찍이 우리의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였다면 일본측수역에 입어허가를 받을 필요도 없이 해양경계선이 획정될 때까지 입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우리에 있어야 할 권리를 스스로 나서서 포기한 자의 아픔을 우리는 지금 비로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여 중국과 일본간에 어업협정이 체결되었다고 하나, 아직 발효된 것이 아니며 더구나 이 해역에 있어서의 해양경계선은 한중일 3국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우리가 나서서 이것이 일본이 주장하는 대로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이라고 두둔해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러한 중요한 문제에 관하여 한일간에 신한일어업협정에 부가하여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합의의사록의 내용을 정부는 국민에게 밝혀야 할 것이다.

이상면 서울대 법대 교수 (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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