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총아인 주식시장, 동양사상의 뿌리를 이루는 주역. 한영구(59)씨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가지를 묶어내는 시도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기업은행 국제부장 조사부장을 지낸 그는 은퇴직후인 지난해 12월 「으뜸투자기법」이라는 책을 펴냈다. 정신집중(마인드 콘트롤)을 통해 점괘를 얻어내고 이를 토대로 투자를 결정하는 방법을 정리한 책이다.한씨는 『주가는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전망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미래예측을 학문영역으로 하는 주역이 주식투자의 길잡이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씨는 『주역에 낯설은 일반인에겐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반응이 좋아 재판(再版)을 준비중』이라고 덧붙였다.
『선입견을 버리는 것은 주역을 활용하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투자자들의 기본자세』라는게 한씨의 지론. 때문에 고정관념이 자리잡은 나이든 사람보다 젊은이들이 투자에서도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욕심은 선입견과 함께 주식투자 최대의 적. 78~79년 건설주 붐을 타고 한때 500원대에 산 주식이 2년만에 8,400원까지 오르는 짜릿한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좀 더 오르기를 기다리다 매도시점을 잡지못해 결국 본전치기에 그친 경험을 소개했다. 한씨는 『욕심이 생겨 이곳저곳 기웃거리면 백전백패』라며 『개인들이 서너종목 이상을 사면 마음이 흐트러져 주역으로도 주가를 읽어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처럼 합리적인 종목을 선택해 일정기간 차분히 보유하는 「바이 앤드 홀드」방식이 가장 현명한 투자자세』라고 조언했다.
『85년이후 주역을 투자에 활용한 이래 내세울 정도는 아니지만 투자를 통해 손해보지는 않았다』는 한씨는 증시를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장이 아니라 끊임없는 분석과 연구가 필요한 학문의 장으로 생각하고 있다. 김준형기자navido@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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