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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죽음부른 '기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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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죽음부른 '기미가요'

입력
1999.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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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기미가요(君ガ代)」 논란이 기어코 한 생명을 앗아 갔다.히로시마(廣島) 현립 세라(世羅)고등학교 이시카와 도시히로(石川敏浩·58)교장은 지난달 28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을 맸다. 그는 졸업식에서 「기마가요」를 제창하라는 현 교육위원회의 강력한 지시와 교직원들의 완강한 반발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1일의 졸업식을 눈앞에 두고 끝내 죽음을 택했다.

지난달 23일 현교육위로부터 「기미가요」제창 지시를 받은 그는 수차례 교직원들과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현교원노조가 이미 반대 결정을 한 상태였고 이 때문에 교직원들의 태도는 단호했다. 이시카와 교장은 25일 『교육위의 처분을 달게 받겠다』며 물러섰다가 27일밤엔 다시 교직원 대표를 만나 통사정하는 등 끝까지 번민했다.

오죽하면 자살을 택했을까. 우리로선 선뜻 이해가 안된다. 그러나 「기미가요」 논란은 히로시마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해마다 졸업·입학식때면 어김없이 전국 교육현장이 「기미가요」 갈등에 휩싸인다.

교원노조의 「반국가주의」성향 탓만도 아니다. 지난해 사이타마(埼玉) 현립 도코로자와(所澤) 고등학교에서는 교장의 「기미가요」 제창 강요로 반쪽 입학식이 치러졌다. 당시 제창 반대를 주도한 것은 졸업생과 재학생이었다.

이런 갈등은 「기미가요」의 애매한 지위에서 비롯된다. 애초에 경축일 노래의 하나였던 이 노래는 「국가(國歌)로 취급하라」는 77년 문부성의 「학습지도요령」을 빼놓고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천황의 치세는 천년 만년 영원하리라」는 내용이 「국가」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더욱이 이 노래를 듣는 일본국민들에게는 침략과 전쟁으로 내몰렸던 과거의 악몽이 아직 남아 있다. 일본 정부가 분명한 태도를 유보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은 지난해 한일공동선언으로 한국과의 과거사를 청산했다. 그러나 대외적 청산이 과거사 청산의 전부가 아니다. 죽음을 부른 「기미가요」 논란은 일본이 맞은 대내적 청산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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