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먹으면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는 없을까.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기 힘든 현대인들은 누구나 이런 환상에 매달린다. 최근 미국에선 실제로 「먹으면서 살을 빼는」 저당식 다이어트가 붐을 이루고 있다. 국내에도 지난 해 「뉴욕타임스 북리뷰」 논픽션부문 1위였던 「저당 식생활 혁명」(리이튼 스튜워드 외 3인 공저·사진)이라는 책이 최근 소개됐다. 이 책은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의료진들이 수년간 임상시험을 통해 체중조절과 성인병 예방효과를 증명한 저당 식사요법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이 나오면서 미국에선 저당식 전문식당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할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기존 식사요법은 대부분 고칼로리·고지방식을 비만과 각종 성인병의 주범으로 본다. 이 때문에 체중감소를 위해 칼로리와 지방을 줄이라고 강조한다. 당연히 채식 위주로 적게 먹을 것을 권장한다. 반면 저당 식사요법은 몸을 살찌우고 심장혈관을 압박하는 것은 과다한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이 아니라 인슐린이라는 분석에서 출발한다.
저당식 이론의 핵심은 이렇다. 인슐린은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 즉 당분에 자극받아 생산된다. 당분의 섭취를 줄이면 체내 인슐린 수치가 떨어지고 비만 심장병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의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루이지애나주립대 연구진은 실제로 환자들에게 저당식을 적용한 결과 체중감소, 혈압·혈당의 정상화, 콜레스테롤 감소 등 놀라운 결과를 확인했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 저당식에선 다량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몇 가지 탄수화물 음식과 설탕을 제외하면 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 제한음식은 감자, 옥수수, 흰쌀, 흰밀가루로 만든 빵과 국수, 당근, 꿀, 맥주, 설탕 등이다. 물론 먹어도 되는 탄수화물 음식도 많다. 정제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당과 가공하지 않은 곡물, 야채, 과일, 살코기, 적당한 양의 알코올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으며 심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수자인 건양대 식문화연구소장 유태종박사는 우리 현실에 맞게 원서에 없던 「한국인을 위한 저당식 추천식단」과 「한국형 저당식 요리법」을 추가했다. 그는 『체중 증가와 각종 성인병의 주범은 과다한 지방이 아니라 당분』이라며 『고기든 야채든 한 가지 종류만 먹으라는 식의 극단적 식사요법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김상만교수도 『우리처럼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곡식문화권 사람들은 따로 당분을 섭취할 필요가 없다』며 『저당식은 특히 저녁에 폭식을 하거나 초콜릿 청량음료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식사요법』이라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ankookilbo.co.kr
한국인에 적합한 저당식 실천요령
1. 쌀은 가능하면 현미나 율무쌀을 쓸 것
2. 설탕 물엿 꿀은 모든 조리에서 빼고, 단맛을 잊기 어려운 사람은 아스파탐 사카린 등의 인공감미료를 쓸 것
3. 수박 바나나 파인애플 감 건포도는 피할 것
4. 간식은 되도록 삼가하되 조금 먹으려면 우유 토마토 사과 미역냉국 파래 톳 등을 먹을 것
5. 소금을 되도록 줄일 것. 식초를 많이 쓰면 상대적으로 소금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음
6. 커피나 홍차 대신 녹차 둥글레차 인삼차 두충차 감잎차 솔잎차 등을 마시되 설탕이나 꿀을 타지 말 것
7. 떡류나 국수류는 먹지 말 것
8. 취 머위 쑥 냉이 버섯 미나리 도라지 비름 원추리 고춧잎 가지 부추 시래기 우뭇가사리와 같은 나물류를 많이 먹을 것
9. 음식을 잘 씹고 천천히 먹을 것
피해야 할 식품 적당한 대체식품
감자 치즈 고구마 버섯 강낭콩 구운토마토
흰쌀 현미 율무쌀
옥수수(팝콘 포함) 완두콩 아스파라거스, 호박
당근 브로콜리, 셀러리
홍당무 야자열매 속
흰빵 무가당 전곡빵, 전곡 파스타
모든 정제당 인공감미료, 과당
쿠키, 케이크 무설탕 아이스크림, 무설탕 요구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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