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3·1 독립운동 80돌을 맞는다. 당시 만세를 외쳤던 주역들은 대부분 세상을 뜰 만큼 세월이 흘렀다. 올해처럼 꽃샘추위 속에 3·1절을 맞을 때면 「그 날이 춥지는 않았을까」하는 소시민적 궁금증이 일곤 했다. 과문한 탓인지 그 날의 날씨에 관한 기록을 본 적이 없다가, 이미륵(본명 이의경·李儀景 1899~1950) 박사의 자전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를 읽고 궁금증이 풀렸다.■
기상청에 확인해 보니 3월1일 서울의 평년 기온은 1.5도인데, 80년전 그날은 4.7도로 화창했다고 한다.
■이미륵은 경성의전 재학 중 3·1 운동에 가담했다가 검거망을 피해 압록강 너머 중국으로, 다시 독일로 망명한 후 길지 않은 생애를 마쳤다. 뮌헨대에서 강의를 하며 쓴 「압록강은 흐른다」는 선비집안 소년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유럽인에게 한국인의 정신세계에 대한 경이감을 불러일으켜 독일 중고교 교과서에 수록되고 영·불어로 번역되었다. 국내에서도 전혜린의 뛰어난 문체로 번역되어 출판과 함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지은이와 옮긴이가 모두 30~40년전에 타계한 지금은 찾는 이가 드물어 우리의 문학적 손실이 안타깝다. 오는 8일은 이국에서 외롭게 생애를 마친 이박사의 탄생 100주기다. 한국과 독일에서는 3월 한달 동안 그에 대한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린다. 1919년 3월1일은 우리 역사에 젊고 힘찬 생명력을 불어넣은 날이다. 은자적(隱者的) 관습을 깨고 나온, 민족의 성년식 같은 날이다. 오늘, 당시 젊은이였던 유관순 이미륵 같은 선열을 기리고 아이들에게 민족적 긍지에 가득찬 「압록강은 흐른다」를 읽게 하자.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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