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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노사정합의 긴호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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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노사정합의 긴호흡이 필요하다

입력
1999.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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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영국, 뉴질랜드와 함께 경제개혁에 가장 성공한 국가로 꼽힌다. 「네덜란드의 기적(Dutch Miracle)」을 이루어낸 네덜란드 경제는 사실 70년대에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83년 루버스 내각에서 시작한 경제개혁은 16년이 넘게 아직도 추진되고 있으며 이러한 네덜란드의 경제개혁이 가능했던 기반은 바세나협약과 뉴코스로 대변되는 노사합의였다.그러나 노사합의는 실제로는 노사정합의였다. 왜냐하면 노조와 경영자단체의 합의는 곧 정부의 사회경제정책에 충실히 반영되었고 노사정대표로 구성된 경제사회위원회가 주요한 사회경제정책 결정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병의 원인이 방만한 사회보장제도였다면, 한국병은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구조, 정경유착에 의한 부패구조가 그 주요원인이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노사정 협력이 없이는 국가위기극복이 불가능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국의 노사정위원회는 이같은 노사정 협력을 도출해내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도출기구였다. 이제까지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정치-재벌의 유착구조를 정치-재계-노동자 협력구조로 바꾸는 새로운 모델이었다. 노동과 자본이 함께 하면서 국가가 타협의 장을 만들고 타협과 협조를 유도해내는 이러한 민주적 합의기구는 선진국의 부러움 속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위기극복모델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노사정 탈퇴를 선언했고 한국노총이 조건부 탈퇴를 선언, 큰 위기를 맞았다. 다시 노동자와 전경이 길거리에 대치하고 쇠파이프와 최루탄이 난무할 수도 있고, 정치권의 양보로 노동계가 돌아 올 수도 있다. 앞으로의 새로운 노사정 관계 정립을 위하여 몇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노사정위원회를 장기적으로 보자. 노동계가 단기간의 고용안정을 확약 받은 것으로 노사관계는 끝나는 것이 아니다. 1년안의 단시간에 끝나는 구조조정은 없으며 노사정위원회를 통하여 사회안정망을 제도화하고 지속적으로 노조의 정부정책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둘째, 노사정 지도자 모두 21세기의 한국형 노사문화는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를 숙고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자리잡게 된지 10년이 지났고 2000년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투쟁의 문화를 타협과 합의문화로 바꾸어 관행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길거리 정치집회, 노동계의 전투적 투쟁, 대학생들의 대중동원식 데모, 이러한 저항과 투쟁이 빛났던 과거의 문화는 독재정부하였기 때문에 가능했고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가 보여준 제도화된 사회협약체제, 예를 들면 오스트리아의 균등대표위원회, 네덜란드의 바세나협약과 뉴코스 등은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들이 보여주는 타협과 수용의 문화를 21세기 새로운 한국형 노사문화로 벤치마킹하자는 것이다.

셋째, 정부는 재계를 편애하는 관습, 뛰쳐나가 투쟁하면 정부는 항상 무엇을 주더라라는 인식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자리잡지 않도록 정부는 노사정 합의 이행에 진보적이어야 한다. 장외로 뛰쳐나가려는 노동계를 뒤늦게 붙잡으려고 노사정위의 강화나 실직자노조의 허용 등으로 달래는 정부의 정책은 결과적으로도 실패이며 투쟁이 협상보다 낫다는 나쁜 관행을 확인시켜주는 악수였다.

노사정위의 결렬에 팔짱을 끼고 있는 재계 역시 합리적으로 득실을 계산해야 한다. 사사건건 재발하는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하기보다는 노사정위를 통한 제도화된 사회협력이 한국경제 전체에 활력을 줄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재계, 노동계의 합리적 선택으로 노사정위원회가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노사정위원회의 성공은 곧 한국이 아시아 경제회복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모델이 될 것이며 유럽국가들이 추진하고 있는 「제3의 길」에도 모범적인 노사문화의 예가 될 것이다.

김인영

金仁寧·한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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