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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농협, 이름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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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농협, 이름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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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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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대통령은 며칠전 국무회의에서 『농협비리가 이해하지 못할 정도』라며 김성훈농림부장관을 질책했다. 25일 감사원이 밝힌 농협의 부실·비리 전모를 보니 어떻게 이런 비리가 계속될 수 있었는 지 정말 이해가 안된다.농사 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만들어 도시의 대기업에 마구 빌려주었다가 떼이고, 간부들이 착복하고, 뻔히 돈을 되돌려받지 못할 무자격자에게 거액을 빌려주고, 심지어 종잣돈이 바닥났으나 숨기는 등 어이없는 처사가 하나 둘이 아니다. 농협이라는 이름이 부끄럽고, 농민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 지경이다.

이쯤되면 이들에겐 「가난한 농촌」이 비리를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근거일 뿐이다. 농촌이 계속 가난해야만 정부에서 농어촌 구조개선사업등에 정기적으로 수십조원 단위의 막대한 돈을 퍼붓게 되고, 농협은 「떡고물」을 챙길 수 있게 된다.

명예퇴직금으로 4억9,000만원씩이나 나눠 가질 수도 있고, 부실기업에 수천억원을 꿔주는 인심도 쓸 수 있다. 농촌이 잘 살게 되면 이런 사업들이 사라질까봐 걱정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정도다.

부실·비리의 책임을 철저하게 물어야 한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다만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되며, 농협만의 책임으로 끝나서도 안된다는 점을 못박고자 한다.

농협법상 금융사업에 관한 감독권은 농림부장관에게 있으며, 농림부장관은 재경부장관과 협의해 금융감독원(과거엔 은행감독원)에 실무검사를 맡기도록 돼 있다.

또 감사원도 1년에 한번 정도 특정사업에 대한 감사 형식으로 농협을 감사해 왔다. 이 정도의 부실과 비리가 쌓이고 곪아터질 지경에 이를 때까지 감독·감사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그동안 비리를 적발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적발하고도 덮어온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번에 드러난 농협 비리는 오랫동안 쌓여온 것이며, 과거의 감시체계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의심을 품게 한다. 부실과 비리를 눈감아 주거나 함께 부패하는 감시체계는 부실·비리를 확대 재생산하게 된다.

정부는 이번에 드러난 농협 비리를 계기로 농·수·축협등 금융관련 공공기관에 대한 공직기강 확립 및 부패척결 작업에 전면 착수하겠다고 밝혔는데,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농협등이 금융기관 역할을 하면서도 금감위의 감독을 받지 않고 농림부의 감독을 받고 있는 제도적 문제점도 보완해야 한다. 농협이 진정 농민을 위한 기구가 되도록 그동안 제기돼 온 여러가지 문제점을 검토하여 근본수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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