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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RD부총재-박영철교수] "경제부터 살려야 실업도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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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RD부총재-박영철교수] "경제부터 살려야 실업도 해결"

입력
1999.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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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세계은행이 26일 공동 주최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국제회의에 참석차 내한한 조세프 스티글리츠 세계은행 수석부총재를 고려대 박영철(朴英哲)경제학과교수가 만났다. 미국 클린턴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으로 한국의 국제통기금(IMF)체제극복에 깊숙히 관여했던 스티글리츠 부총재는 유력한 노벨 경제학상후보이기도 하다. 스티글리츠 부총재는 박교수와의 특별대담에서 『실업문제의 해결이 없이는 민주주의도 시장경제도 이룰 수 없다』며 『적정한 인플레를 통해서라도 사회통합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스티글리츠 부총재는 『아시아금융위기의 책임은 서방선진국의 전주(lender)에게도 있다』며 『국제금융시장의 효율적인 흐름을 위해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고 이를 세계은행이 연구중』이라고 밝혔다.박교수 한국경제의 구조조정과정에서 20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했습니다.

스티글리츠 부총재 기업구조조정과정에서 효율을 올리고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다 보면 실업이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모든 이해 주체가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경제 자체를 살리는 것입니다. 그래야 실업자들이 일할 자리가 생깁니다.

박교수 90년대 미국의 기업구조조정 경험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스티글리츠 부총재 미국은 91년부터 2년여의 기업구조조정을 겪고나니까 93년부터 무려 200만개 이상의 새로운 기업들이 생겨났어요. 이들이 대기업에서 발생한 실직자들을 흡수했지요. 현재 미국경제의 중추는 중소기업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자본이 중소기업으로 흘러 들어가야 합니다. 자금이 많이 갈수록 더 많은 일자리가 생깁니다.

박교수 물가문제도 고민인데요.

스티글리츠 부총재 적정수준의 인플레이션 정책이 필요합니다. 70년대에는 인플레이션이 매우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한국도 지난해 낮은 인플레이션을 기록했습니다. 적정률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문제가 안됩니다.

박교수 물가보다 더욱 중점을 둘 부분은 무엇입니까.

스티글리츠 부총재 실업문제입니다. 실업을 극복하는 것 즉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사회로부터 떨어져 나간 구성원을 통합시키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수백만명이 사회에서 소외된 채로는 경제개발도 시장경제도 민주주의도 있을 수 없습니다. 실업은 사회적 긴장을 유발하고 경제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립니다.

박교수 실업에대한 강조는 자칫 기업구조조정의 스피드나 강도를 떨어뜨릴 수있는 데요.

스티글리츠 부총재 정부는 기존의 부채비율감소등의 규제를 지속적으로 해야합니다. 금융면에서 불이익을 강조할 수도 있습니다. 규제는 매우 신중하게 디자인하여 자본시장을 규제하고 이를 통해 금융시장의 효율과 안정을 지켜야 합니다.

박교수 국제화시대의 개방화 추세는 개도국들을 금융위기등의 위협에 더 많이 노출시키게 되는데요.

스티글리츠 부총재 지난 25년간 수많은 금융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이것은 운전자와 도로로 비유해봅시다. 만약 어떤 커브길에서만 같은 사고가 반복적으로 난다면 운전자의 책임도 있지만 도로가 잘못 건설된 것입니다. 새로운 금융질서가 필요합니다. 헤지펀드 등도 규제해야 합니다.

박교수 작년의 동아시아국가들에 이은 금융위기 확산으로 전세계적인 공황을 예고하는 비관적인 견해도 있습니다.

스티글리츠 부총재 올해는 미국의 성장률도 작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큰 축을 형성하고있는 미국경제나 유럽의 경제는 여전히 강해서 세계경제의 공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박교수 동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한 국제금융기관들의 처방은 적절한 것이었다고 봅니까.

스티글리츠 부총재 동아시아의 위기는 기업의 과잉투자와 과다차입에서 비롯됐습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갚을 능력도 없는 것을 알면서도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러고도 모든 희생은 차입국가들만 떠 안고 있습니다. 빌려준 사람들의 잘못된 경영이나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은 일체 묻지 않은것이지요. 환율제도나 외환보유고, 회계제도의 투명성,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 등만 거론하는 것은 해결의 본질이 아닙니다.

박교수 국제금융질서는 어떻게 재편될 것 같습니까.

스티글리츠 부총재 반드시 후진국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합니다. 세계은행에서도 후진국들의 모임인 G-24를 통해 후진국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방향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의 많은 문제는 전주(lender)쪽에서 찾아야 합니다.

박교수 국제금융선진국들이 나서야하지 않겠습니까.

스티글리츠 부총재 서방선진7개국(G-7)등 국제금융 선진국들은 이 질서를 바꿀 생각이 없습니다. 새로운 질서에 대해 그들 스스로 이견을 보이고 있고 선진국의 금융기관이나 펀드매니저, 투자은행 등의 문제점은 외면하고 있어요. 국제금융질서의 재편 노력은 수박 겉핥기라는 것이지요.

박교수 이런 상황에서 세계은행의 역할은 어떤 것입니까.

스티글리츠 부총재 댐에 비유해 봅시다. 댐은 물의 흐름을 규제하는 것이지만 나쁜 것이 아닙니다. 물의 흐름을 안정시키고 효용을 높이는 것이 댐입니다. 이처럼 국제금융 거래에서도 새 규제가 필요합니다. 물이나 돈이나 잘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계은행은 금융의 효율적이용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정리=이평수기자 pyo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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