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결과는 농민을 위한 조직인 농협중앙회 등의 경영실태가 총체적인 부실덩어리였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농협비리에 대해 『너무나 많은 부조리와 비능률』, 『도저히 이해못할 만큼 놀랐다』는 표현을 쓰면서 김성훈(金成勳)농림장관을 호되게 질책했었다.
농협은 거대 금융기관이자, 정부의 농업정책자금을 대집행하는 경제사업기관으로서의 2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46조여원의 수신고에다 중앙회와 13개 지역본부, 1,332개 회원조합(97년말)에 200만명의 조합원을 두고 중앙회 직원만 1만4,000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이다.
이런 농협이 무분별한 대기업 여신으로 거액의 손해를 입고, 엉터리 무자격자에게 거액을 대출해주는가하면 내부 직원들은 오히려 갖가지 명목의 수당을 통해 높은 급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감사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특히 전국 1,332개 회원조합중 거의 절반인 647개 조합이 전액 자본잠식 상태로 사실상 「부도」상태라는 점은 충격적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외부에는 『39개 조합만이 결손』이라는 식으로 눈가림을 해왔다.
유통사업의 사정도 마찬가지. 농협중앙회는 농업금융 전문기관이라는 사명을 망각한 채 서울지역에 국민은행이나 중소기업은행과 비슷한 195개의 점포를 개설,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농산물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해 설립한 창동 물류센터의 4,290㎡(국고보조액 33억원 상당)를 서울시에 중소기업제품 판매장으로 제공하는가 하면 양재동 및 창동 물류센터의 일부 매장을 37개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임대했다.
농협중앙회는 97년말 146개 가공공장의 41% 상당인 60개를 구조조정했으나 감사원이 대상에서 제외된 7개 공장 운영실태를 표본조사한 결과 7개 모두 부실화가 심각한 것으로 판명됐다.
농협중앙회는 이런 와중에도 자체 직원들 임금관리에는「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즉 기본급여는 총임금의 27.6%에 불과한 반면 나머지 72.4%를 20여종의 각종 수당과 급여성 복리후생비로 처리하는등의 변직적인 방법으로 높은 급여를 받아왔다.
또 94년부터 4년간 967명을 명예퇴직시켰으나 같은기간 3,177명을 신규채용하고 3,743명을 승진발령하는 등 명예퇴직제도를 오히려 인사적체 해소방편으로 변칙 이용해왔다. /홍윤오기자 yoho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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