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산전수전」(山錢水錢). 따분한 현실 탈출을 꿈꾸는 20대 은행원 아현(김규리)의 모험과 도전이 원맨쇼처럼 펼쳐지는 여성코미디다. 그래서 제목까지 돈(錢)으로 패러디했다. 9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였던 실험적 형식의 일본영화 「비밀의 화원」(감독 시노부 야구치)을 그대로 베꼈다.코믹북같은 생략과 비약, 일본 코미디 특유의 돌발성, 그것을 더욱 튀게 하는 여배우(나오미 니시다)의 독특한 캐릭터가 주는 매력과 재미를 손쉽게 이용하자는 전략이었다.
무대와 배우만 달리 했다. 주인공이 어릴 때부터 돈 세는 것이 취미이고, 강도에게 5억원이 든 가방과 함께 납치됐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자동차 폭발때 연못에 빠진 그 돈가방을 찾으려 나선다는 내용까지 그대로이다.
처음 감독은 김세겸. 그는 우리식 변주를 시도하며 60%를 쵤영했다. 그때 갑자기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재미없다』며 하차시키고, 감독을 구임서로 바꾸었다. 「비밀의 화원」과 한치의 오차도 없게 하기 위해.
우여곡절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돌비 서라운드 녹음이 잘못돼 개봉 5일을 앞두고 부랴부랴 태국까지 갔다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디지털 사운드가 엉키는 바람에 개봉 하루전까지 그것을 수정하고, 프린트 하는 난리를 치렀다.
영화의 주인공만큼이나 제작 과정에서도 산전수전(山戰水戰)을 겪은 셈. 고생한 결과가 얼마나 보람으로 나타날지. 작품의 80%를 끌고 가야 하는 김규리에 달려있다. 「여고괴담」의 스타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신인의 서툰 연기와 한계를 갖고 있으니, 글쎄.
/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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