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민회의 중진들이나 당료들이 만나면 으례 『권부(權副·권노갑전부총재 약칭)가 당으로 온다는데…』라며 말문을 연다. 이런 대화는 권전부총재의 영향력, 또 그를 에워싼 동교동 핵심들의 위력이 간단치않다는 반증이다.국민회의가 25일 「고문 권노갑」이라는 인사발령안을 내놓았을 때도, 당내에는 즉각 『권부가 당을 쥐겠구만』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비록 고문이 실권없는 명예직이지만, 고문 앞에 「권노갑」 석자가 붙으면 그 무게는 달라진다. 더욱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4일 주례보고에서 이 인사안을 재가했다는 사실에서 「고문 권노갑」의 의미는 묵직하게 다가오고 있다.
동교동계는 『그동안 국민회의 호(號)가 너무 가벼워 표류했지만 이제 권고문이 배 무게를 늘려 안정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권고문이 막후, 한화갑(韓和甲)총무가 전면을 맡고 한광옥(韓光玉)부총재가 구로을 재선거에서 이기면, 내각제 문제를 전담한다』는 역할분담론까지 나오고있다.
그러나 정치환경이 변한만큼 권고문도 변신해야 한다는 주문이 적지않다. 그가 97년2월 한보사건으로 구속될 때와는 달리, 김대통령은 야당총재가 아닌 통치자가 됐다는 점에서 막후정치 보다 막전의 국정에 더 비중을 두고있다. 특히 야당시절의 비밀스런 「역할」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고, 오히려 대외적 이미지가 더 중시되는 시점이 됐다. 권고문도 전국정당화, 개혁성 제고, 국민화합, 민생 등 집권2년의 지표에 걸맞는 외피를 입어야한다는 것이다.
권고문도 주변의 엇갈린 시선을 의식한듯 『당에 돌아오게 돼 기쁘다. 당과 대통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가급적 말을 아꼈다. 신중한 권고문의 첫 착점이 어디일 지 두고볼 일이다.
/이영성기자 leey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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