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금감원 단속의 '모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금감원 단속의 '모순'

입력
1999.02.26 00:00
0 0

『중소기업 대출을 이렇게 많이 했으니 중소기업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고혈(膏血)을 짜냈겠나』최근 A은행 모 지점에 「출동」한 금융감독원의 「꺾기(구속성예금)단속반」 팀장은 춘향전의 한 대목을 빗대며 호통을 쳤다. 지난해 이 은행에서 중소기업 대출을 가장 많이 한 이 지점 직원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포도대장」의 꾸지람에 어리둥절했다. 단속반은 이 지점에서 대출받은 기업중 적금에 가입한 기업의 명단을 알아내 이를 모두 「꺾기」로 간주했다.

「꺾기」란 은행들이 기업에 대출하면서 대출금의 일부를 다시 예금에 들게 하는 것. 지난해 이 지점의 중소기업 대출건수는 300여건(800억원가량)으로 이 은행 지점중 중소기업 대출실적이 1위이다. 그러나 상을 받지는 못할 망정 중소기업 대출실적이 가장 많다는게 단속반의 표적이 된 것이다. 단속반은 대출을 많이 했으니 그만큼 꺾기도 많이 했을 것이란 검사 「노하우」에 따라 그 지점을 지목한 것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대출받은 중소기업중 적금에 가입한 업체는 10여곳(5억원가량)뿐이었다. 담당 직원은 『대출해준 기업들이 적금을 들려해도 다른 은행으로 보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은행들에게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라고 독촉해왔다. 「중소기업 지원체제 강화방안」에 따라 대출실적을 은행별로 파악, 실적이 떨어지는 은행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놔왔다. 그러나 한편에선 중소기업 대출을 많이 한 은행들이 감사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대출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는 말을 좀처럼 믿으려 하지않는다.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데 왜 돈 구경을 할 수 없느냐』고 불만이다. 금감원은 중소기업들을 제대로 지원하려면 「표적조사」를 할게 아니라 자기 모순부터 고쳐야한다.

유승호기자 shyoo@hankookilbo.co.kr

>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