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은 어떻죠?』 『그 눈을 보기 위해 태어난 듯 하오』 『입술은?』 『새벽 장미마저 질투할 것 같아』 『가슴은 어때요?』 『단단하고 둥근 금빛 사과 같소』.잘 맞아 떨어지는 운율, 화려한 형용. 그러나 이런 미사여구가 다는 아니다. 『열두살 때 순결을 걸고 얘기하건데…』. 이런 재담도 할 줄 아는 게 바로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다.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아무도 그를 모른다. 배우이자 극작가인 그에 관한 기록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1594년 셰익스피어가 「어떻게 로미오와 줄리엣을 썼을까」하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작가 톰 스토파드는 그가 천재여서가 아니라 「진짜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대상은 나중에 「십이야」의 주인공이 되는 가상의 인물 바이올라.
얘기는 이렇다. 슬럼프에 빠진 극작가 셰익스피어(조셉 파인즈)는 연극 대사를 줄줄 외우는 미모의 배우지망생 바이올라(기네스 펠트로)와 사랑에 빠졌다. 거상의 딸인 그녀는 가난한 귀족 웨식스 경(콜린 퍼스)과 정략결혼을 할 운명.
안타까운 사랑이 깊어가면서 「로미오와 해적의 딸 에델」이라는 코미디로 시작한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줄거리가 바뀌어 간다.
사랑얘기는 지천인데 도대체 이 영화가 최우수작품, 감독, 여우주연, 각본 등 아카데미상 13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서사(敍事)」의 매력. 즉 기승전결 구성으로 「얘기」가 살아있다. 입담 좋은 할머니의 옛 이야기처럼 다음 대목이 기대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여기에 실제 인물과 가상 인물이 얽히고 설켜 흥미진진하다. 바이올라에 구애하는 셰익스피어의 모습은 로미오의 모습이고, 극작가 말로의 죽음을 로미오의 죽음으로 알고 슬퍼하는 바이올라는 줄리엣의 모습이다. 실존하는 희곡과 가상 인물의 실존이 교차, 퍼즐 맞추기 처럼 흥미롭다.
또 하나는 헐리우드의 「역사물 컴플렉스」.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영국문화의 자존심,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이토록 미국에서 재미있게 만들어 냈다는 자부심은 애국주의에 빠진 아카데미 영화제의 컨셉과도 잘 맞는다. 아카데미가 유명세 없는 존 매든 감독의 영화에 무게를 실어준 이유이다.
/박은주기자 jup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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