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을 모교의 품에서 떠나 보내는 사람의 마음도 염려로 가득합니다』25일 오전 동국대 본관 중강당에서 열린 99학년도 졸업식. 떠들썩하던 졸업식장이 갑자기 송석구(宋錫球)총장의 이 한마디에 조용해졌다. 졸업의 설렘보다는 높기만한 취업문턱 때문에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기 때문일까. 식장에 참석한 졸업생들과 학부모 모두 총장의 졸업사에 귀를 곤두세웠다.
『졸업생 여러분! 우리 사회는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위기의 시기에 여러분을 떠나 보내야 하는 교수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그러나 당당하게 도전하는 사람 앞에서는 거친 파도도 가라 앉을 것입니다』
학교문을 나선 후에도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려야 하는 제자들을 위해 총장이 「반성문」같은 졸업사를 밝히자 졸업생들 대부분 숙연한 표정이었다.
졸업식이 끝난후 본관 앞 잔디밭에서 식장을 빠져나오는 제자들의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면서도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던 송총장은 『기쁜 마음으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제자들이 졸업하자마자 취업걱정을 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며 가슴아픈 심정을 토로했다.
최근 잇따라 열린 각 대학 졸업식에서는 이처럼 스승과 제자의 안타까운 풍경이 많이 연출되고 있다. 같은 날 열린 숙명여대 졸업식에서는 이경숙(李慶淑)총장이 1,500여명 졸업생의 손을 일일이 한번씩 잡았다. 이총장은 2시간여동안 졸업생들의 이름과 취업여부가 적힌 카드를 보면서 취직이 된 제자에게는 축하의 한마디를, 취직이 안된 제자에게는 격려의 한마디를 던졌다.
박천호기자 chpark@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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