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00년 1월 1일이 44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Y2K 대란」에 대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를 확인해주듯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아직도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존 고든 CIA 부국장도 외국의 Y2K 문제가 바다를 건너 미국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그린스펀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인 미국의 중앙은행이라면 컴퓨터가 서기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해 벌어지는 Y2K 문제(밀레니엄 버그)를 벌써 해결하지 않았을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3~24일 열린 의회 증언에서 『Y2K 문제와 관련된 103개의 중요한 응용 프로그램 가운데 현재까지 101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그린스펀 의장은 나머지 2개의 문제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모든 연방정부 기관에 대해 Y2K 문제를 해결토록 지시한 최종 시한인 3월말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이번 증언은 Y2K 문제와 관련, 처음으로 직접 언급한 것인데다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않았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시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린스펀 의장은 특히 만약의 사태에 대비, 99년말의 현금 통화 보유량을 현재보다 3분의 1이상 늘어난 2,000억달러로 대폭 확대하는 긴급장치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FRB가 현금 통화를 이처럼 크게 늘리는 이유는 2000년 첫 날 금융전산망이 마비될 것을 우려한 일반 시민들이 연말에 현금을 대거 인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또 올해 2·4분기부터는 모든 금융기관이 Y2K 문제 해결을 위한 제2 라운드에 들어갈 것이라며 이때까지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강제적인 수단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태기자 jtpark@hankookilbo.co.kr
◆CIA
Y2K 문제(밀레니엄 버그)는 국제 무역거래, 원유수송, 핵발전소 가동, 전략미사일 시스템등에 장애를 일으키는 등 국제관계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수 있다고 미 중앙정보국(CIA)이 24일 경고했다.
존 고든 CIA 부국장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증언을 통해 『Y2K 문제에 대한 각국의 대처방안이 큰 차이가 있어 개별 국가의 피해상황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국가가 미국보다 뒤져있으며 최소한 국제간의 거래에서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했다.
고든 부국장은 구소련 국가의 Y2K 해결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경우 한겨울에 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됨으로써 심각한 재난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Y2K로 인해 탄도미사일이 잘못 발사될 위험성은 현재 적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미사일 조기경보시스템의 부정확한 작동, 미사일 격납고의 오작동 등으로 인한 위험은 있다』고 밝혔다.
고든 부국장은 『개발도상국의 Y2K 해결은 상당히 미진한 수준에 있어 해당 국가의 국내적 혼란은 물론 국제 거래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중국의 경우 통신 금융 발전 등 중요 산업부문에서 장애를 일으킬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화당의 로버트 베넷, 민주당의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의원은 공동으로 상원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국제 거래가 전산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많은 국가들이 Y2K의 피해로부터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기간산업에까지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신재민특파원 jmnew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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