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이 25일 공동개최한 「국민의 정부 출범 1주년 기념식」은 양당간 내각제 갈등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국민회의가 기념강연 연사로 초청한 고려대 김호진(金浩鎭)교수가 민감한 내각제 「뇌관」을 건드리면서 양당 참석자들이 고함을 지르고 몸싸움을 벌이는 소란이 벌어졌다. 현역 의원들은 직접 싸움에 가세하지 않았지만 소동이 계속되자 상당수가 퇴장해 버렸다.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양당관계자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념식의 강연순서에서 김교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업적을 열거한 뒤 『내각제를 하려면 세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우선 양당 갈등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간 자민련측 참석자들이 『국민공약을 그렇게 얘기해도 되느냐』고 야유를 보냈다. 국민회의 참석자들은 『옳소』라고 소리치며 박수를 쳤다. 김교수는 『내각제 신의문제는…』이라고 말하다가 사태가 심상치 않자 화제를 돌렸다. 5분여 뒤 김교수가 『새정부의 네번째 성과는 제2건국운동』이라고 말하자 자민련 윤창오(尹昌五)정책위부의장이 『다들 실패했다고 그런다』고 소리쳤다. 이에 발끈한 국민회의 당직자 4~5명이 달려들어 윤부의장의 넥타이를 당기고 멱살을 잡았다. 일부 자민련 당직자들이 『자민련은 퇴장하자』고 소리를 치자 국민회의측에서 『그래 너희들 나가』라고 맞고함을 쳤다.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단상으로 올라가려다 제지를 당했으며, 행사장 밖 로비에서도 양당 핵심당원 수십명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기념사에 나선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대행과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는 손을 맞잡고 「단결」을 호소했지만 술렁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 자민련 박준병(朴俊炳)총장은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 뒤 『초청강사가 내각제문제를 언급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며 『이런 돌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사가 끝난 뒤 국민회의측은 김교수에게 강연을 부탁할 당시 내각제관련 언급은 삼가달라고 한 안내문을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자민련측은 『내각제 내자도 꺼내지 말자던 국민회의가 내각제 연사를 초청했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김광덕기자 kd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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