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경기 일산 신도시에 첫 매장을 연 「좋은 가구들」은 요즘 확장 사업에 한창이다. 200여개 소규모 가구업체가 모여 만든「좋은 가구들」은 일산점에 이어 중계점, 부천점, 서초점 등 현재 모두 6개의 매장을 갖춘 상태. 다음달 5일에는 의정부에 신규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월 매출액이 10억원선으로 아직 규모에 걸맞는 수익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벌써 대기업 브랜드를 위협할 정도다.『중간 유통마진을 줄였기 때문에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제품을 구비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는 것이 이광수(46)사장의 희망찬 말.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한복매장「가례」. 전통한복 및 예복에서부터 생활한복까지 다양하게 구색을 갖춘 30여평의 매장에는 최근들어 고객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바느질에서부터 디자인까지 나무랄데가 없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이 공통된 평.
「가례」가 IMF시대에도 좋은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각자 전문영역이 다른 5개 업체가 모여 하나의「브랜드」를 만들었기 때문. 전통한복업체와 개량한복업체를 비롯, 수를 놓는 업체와 원단을 제공하는 업체 등이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지난해 7월 공동브랜드를 내놓았다.
「가례」의 박창숙(43·여)사장은『한 업체에서는 구색을 다양하게 갖추기도 어려울 뿐더러 적절한 원단 등을 구하느라 다리품을 팔기가 일쑤』라며『서로 공정을 나눠 일을 하다보니 비용도 절감돼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같다』고 말했다.
최근「뭉쳐야 산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한지붕 아래 모여드는 중소기업들이 늘고있다. 경기침체로 폐업이나 개점휴업 상황이 속출하는 가운데 중소업체들이 경비를 절감하고 위험요인을 분산시키기 위해 공동브랜드 및 공동마케팅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
무조건 유명한「브랜드」만 찾는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도 한 이유다.
2월 현재 중소기업청에 등록된 중소기업의 공동상표는 17개. 지난해 97년대비 42%가 증가한 106억여원의 매출을 올린 목재가구업체 「가보로」나 참존 새한화장품 등 8개 화장품회사가 참여한「이루세」등은 이미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경우. 중소업체 공동브랜드의 원조격인 제화업체「귀족」은 다음달부터 「슈코」로 재탄생한다.
굳이 등록을 하지않고 공동상표를 사용하는 업체들까지 합하면 50~60개에 달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 최근에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손을 잡거나 업종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을 공략하는 사례도 늘고있다.
하지만 이같은 「뭉치자」전략이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가보로」의 윤석원(尹錫元·42)차장은『공동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중소업체들에게 상당히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사전에 철저한 수익성과 시장조사가 이뤄지지 않거나 품질관리나 고객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도 아쉬운 상태.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현재 공동상표에 대한 정부의 지원액은 업체당 2,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며『공동상표와 공동마케팅이 중소업체들의 활로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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