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선배에게 집단으로 따돌림을 당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여고생의 부모가 가해학생과 학교, 담임교사를 상대로 1억8,000만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24일 서울지법에 냈다.한모(당시 17세·서울 D여고 2년)양이 왕따가 된 것은 지하철에서 선배의 가방을 잘못 건드린 데에서 비롯됐다. 선배들은 한양에게 『버릇이 없다』며 갖은 욕설과 폭력을 서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한양이 한 선배의 머리채를 잡아당긴 것이 화근이었다. 다음날부터 선배들은 한양에게 발모제를 사오라고 괴롭혔다.
지난해 7월13일 오후 선배들의 눈을 피해 귀가하던 한양은 지하철 역에서 다시 학교 선배에게 붙잡혔다. 선배들은 한양을 화장실로 데리고가 폭력을 행사하다 청소부에게 제지당했다. 이 일이 일어난 직후 한양이 승강장 아래로 뛰어내려 당시 역구내로 진입하던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해학생들은 『한양이 건방지게 굴어 훈계를 했을 뿐』이라며 『사고가 날 때도 한양이 발을 헛디뎌 떨어졌고 일부러 떠밀거나 폭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학교측은 한양이 실족했거나 자살한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한양의 부모들은 한양이 담임교사에게 왕따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가정법원 소년1단독 박동영(朴東英)판사는 지난해 12월 폭력행위등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송치된 가해학생 3명에게 가정위탁과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 40시간의 결정을 내렸다. 박판사는 『한양의 죽음이 자살로 보이지만 가해학생들이 반성하는 기회를 갖도록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손석민기자 herme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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