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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전설의 수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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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전설의 수몰

입력
1999.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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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리(佳水里)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마을이 있다. 하미 수동 구름재 마을도 그 이웃이다. 이름처럼 맑은 물과 흰구름이 흘러가는 산골이다. 발왕산 노추산 청옥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두 줄기 물길이 아우라지에서 합쳐져 정선읍을 감고 돌 때까지는 조양강이다. 여기서 방향을 서남쪽으로 틀어 급하게 흐르면서 동강이라 불린다. 깎아지른 산자락을 에워싸며 흐르는 물길을 따라가는 도로가 좁고 험해서 가보기도 어렵다.■동강은 뗏목과 관련된 추억과 전설이 서린 강이다. 트럭도 신작로도 없던 시절, 정선에서 나는 목재를 운반하는 수단은 뗏목 뿐이었다. 일곱 동을 연결한 뗏목을 저어 서울 가서 팔면 군수 월급보다 많은 돈을 벌었다 한다. 「떼돈 벌었다」는 말도 그래서 생겼다는 것이 정선 사람들의 주장이다. 돈 있는 곳에 술이 있게 마련인가. 떼꾼들이 쉬어가는 주막마다 인물 곱고 소리 잘하는 기생이 있어 갖가지 화제를 만들어 냈다.

■「산옥이의 팔은야 객주집의 베개요, 붉은 입술은야 놀이터의 술잔일세」 정선아리랑에 나오는 외설스런 노래말이다. 동강 떼꾼들의 애간장을 녹이던 기생 산옥이와의 풋사랑을 못잊어하는 것이리라. 「우리집 서방 떼 타고 갔는데, 황새여울 핀꼬까리 무사히 다녀오세요」 되돌이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황새여울 핀꼬까리를 잘 헤쳐나가기 바라는 아리랑이다. 산옥이와 놀지말고 떼돈만 벌어오란 뜻이라 해석하면 너무 나가는 걸까.

■동강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댐 건설을 반대한다. 우선 빼어난 경관을 아까워한다. 수달같은 희귀동물과 어류가 살 곳을 잃게 되며, 보존가치가 높은 석회동굴들이 잠기고, 래프팅과 트레킹의 명소가 없어지는 것도 큰 손실이라고 말한다. 무형의 손실도 크다. 가수리 하미마을 같은 예쁜 마을이름과, 떼꾼들의 추억이 전설처럼 서린 황새여울의 수몰도 아깝다. 아름다운 전설의 현장을 후세에 길이 남기고 싶다.

/문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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