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1년 기자회견 일문일답 요지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1시간 20여분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를 맞는 소회와 앞으로의 국정운영 구상 등을 밝혔다. 다음은 회견 요지.
◇개각·청와대비서실 개편문제
-개각 시기와 폭, 기준을 밝혀 주십시오. 청와대비서실 개편여부에 대해 복안을 갖고 있습니까.
『개각을 서두를 생각은 없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은 사회복지분야의 업무가 과중하고 문화관광업무가 중요해 둘로 나눌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남북문제
-대북 일괄타결구상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미북 협상부터 적용되는 것입니까 아니면 별도의 장기 구상입니까. 미북수교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일괄타결구상은 양측간에 있는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타결하자는 것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북한의 금창리 지하시설 문제도 포함됩니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중지하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돼야 합니다. 또 남북간의 평화와 교류협력에 의해 한반도가 더 이상 시비거리가 되지 않도록 북한이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도 북한에 대해서 그들이 원한다면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적 지원도 하고 국제사회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미국이나 일본이 북한과 국교를 맺는 게 바람직합니다』
-북한이 미전향 장기수의 북송을 요청했는데 어떻게 처리하겠습니까. 이산가족문제의 진전이 없어도 북한에 비료를 지원합니까.
『북한은 우리쪽에 국군 포로, 납치자 가족들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양측사이에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공정한 대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북한과는 공개 또는 비공개의 어떤 접촉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접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부를 제쳐놓는 대북접촉은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의 식량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량이나 비료 등을 지원하고 싶습니다』
◇내각제 개헌
-내각제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혀 주십시오.
『김종필(金鍾泌)총리와의 사이에 약속이 돼 있다는 것은 조금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다만 실천방법에 대해 좀 생각할 점이 있어서 서로 생각중입니다』 ◇재벌개혁
-빅딜이 구조조정의 전부인 것같은 인상도 주고 있는데 취임 2년째 재벌의 구조조정 방향은 무엇입니까. 규제개혁에 대한 입장도 설명해 주십시오.
『빅딜이 재벌 개혁의 전부는 아니며 빅딜만 하면 된다는 생각도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투명성 보장, 상호지보 금지, 재무구조 개선, 부당내부거래 금지, 주력기업 중심 개편 등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전경련이 자주적으로 협력해서 빅딜을 한 것입니다. 재벌들은 정부와 국민앞에 약속했으면 이행해야 합니다. 이행을 제대로 하도록 정부도 권하고 있고 은행도 강력히 감독하고 있습니다.
규제개혁과 관련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있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폐지하고 금융 물류산업의 활성화를 막는 규제도 혁파하겠습니다. 문화 관광 전자상거래 등의 불필요한 규제도 전부 폐지하겠습니다. 민간 조사기관에 용역을 줘서라도 올해안에 필요없는 규제들을 철폐토록 노력할 것입니다』
◇제2건국운동
-제2건국운동의 조직과 운동방향을 전면 재검토할 용의는 없습니까.
『제2건국운동의 문제점이 있으면 전부 수용해 시정할 것입니다. 분명히 말하는데 제2건국운동은 결단코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도 안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지방에 내려가면 과거 여당이나 권력에 가까웠던 사람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점이 중앙이 중심잡고 운동을 바르게 끌고 나가는데 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또 운동의 취지에 찬성해 참여한 사람의 과거를 문제삼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지역감정문제
-국민통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갖고 계신지요.
『지역감정문제는 절대로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대처해 나가면 반드시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정권이 바뀐 후 약간의 심리적 갈등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가장 직접적 원인은 그런 심리적 공허함을 이용해 정치적 소득을 보려는 사람들의 선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크게 볼 때 반드시 모든 사람들이 지역감정에 좌우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지난번 마산 구미에서 열심히 지역감정을 선동한 정당의 지지율이 오히려 내려가고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모두를 사랑하고 인사를 공정히 하고 예산을 공정하게 분배하는데 왜 지역감정이 나겠습니까. 과거 수십년간의 후유증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마치 밤중에 우리를 괴롭혔던 유령과 도깨비가 새벽이 되면 사라지듯 머지않아 지역감정도 사라질 때가 온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여야관계 및 국민회의 체제개편
-국민과의 TV대화에서 말씀하신 야당내 신당창당론은 근거가 있는 겁니까.
『신문에 그런 보도가 나와서 말했을 뿐입니다. 나는 남의 당 내분에 대해 큰 관심도 없고 야당이 잘못되길 바라지도 않습니다. 이것은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지난 1년동안 우리도 잘못이 있지만 야당도 잘 못한게 있습니다. 1년만 도와달라고 했는데 도와주질 않았습니다. 지난 1년간의 소모적 정쟁으로 여 야 모두 손해를 봤습니다. 같이 뼈저리게 반성해야 합니다』
-국민회의의 지도체제 개편에 대해 설이 무성합니다.
『요새 신문을 보면 당문제에 대해 여러 기사가 나오는데 대부분이 총재인 내가 모르는 것들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당은 공동정권으로서의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국민을 화합 단결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가운데 정치개혁도 해야 하고 민생해결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합니다. 여기에 알맞는 체제가 무엇인가에 대해 당안팎의 의견도 수렴하고 나도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일 관계
-곧 방한할 일본 오부치(小淵)수상과의 정상회담에서 어떤 성과가 나오길 기대합니까.
『양국 관계가 한층 더 긴밀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정치경제 문화 환경 인적 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의 협력방안을 논의할 생각입니다. 또 일본 엔화의 약세로 우리 경제가 큰 영향을 받고 있는 데 대한 일본 정부의 대책과 의견을 듣는 데에도 중점을 두겠습니다』
◇인권위원회 문제등
-인권위 구성과 보안법 개정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지요.
『인권위 구성에 대해 당초 법무부안은 채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인권위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자율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명망가를 인권위원에 임명, 금년내 인권위가 출범할 수 있도록 서두르겠습니다. 보안법은 유엔 권고 조항 등을 감안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공동여당내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머지않아 태도를 밝히겠습니다』
◇정당명부제 도입
-정당명부제 도입에 반대가 적지 않습니다.
『이 제도에 대해 각 당의 의견이 다른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절대적인 문제는 다음 선거를 계기로 지역대립을 종식시키는 정치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방법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는게 정당명부제입니다. 반대하는 분들도 반대만 하지 말고 지역정당화 경향을 막고 모든 정당이 전국정당으로 나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신효섭기자 hsshin@hankookilb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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